[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명예란 이름을 달고 조기 퇴직을 하게 된 교사들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50대 교사는 이전 학교에서 근무를 같이 했던 사이라서 교직을 어떻게 걸어왔는지를 대충 안다. 그런데 오십대 중반이라면 그만두기에는 아쉽다고 느껴졌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열정이 높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다 인정하였으니, 아직은 교단에 서있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의 얼굴과 말에서 퇴직에 대해 아쉬움과 아픔 같은 것이 묻어났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결심하게 되었어요?”
“더 이상 교단에 남아있는 것이 회의가 들어서 떠나기로 했어요. 작년 다면평가 성과급 심사에서 제가 받은 점수가 일흔 명이나 되는 교사 중에 꼴찌였어요. 누군가는 당해야 할 꼴찌를 제가 받은 것뿐이긴 해요. 그렇지만 외부인이 이 결과를 보고 저를 판단할 것이 두렵더군요. 이 평가대로라면 저는 학교에서 가장 무능한 교사예요. 처음에는 충격으로 헛웃음이 나왔는데 점차 두려웠어요.”

점수로 평가하는 교육현장에 회의 들어 떠나는 교사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그런데 왜 꼴찌가 되었을까? 한 번 점수나 따져봅시다.”
“담임을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너무 많다고 해서 밀렸답니다. 교감이 말하기를 경력이 제일 높았다더군요. 아쉽지만 양보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덕분에 담임을 맡지 않아 업무적으로는 덜 힘들었으니, 점수가 낮은 것에 불만을 달 수 없겠지요. 담당 업무로 학교 내 여러 위원회에서 회의 준비와 회의록 작성을 했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점수는 없어요.”

자리를 함께한 다른 퇴직 교사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을 꺼낸다.
“부장교사나 담임을 맡아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저는 신청을 해도 받아질 것 같지 않아 신청하지 않았어요. 부장교사는 신청하는 이가 많지만 담임은 지원자가 적어서 학기 초 업무배정에 어려움을 겪잖아요. 그런데도 담임을 신청하는 교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학교도 있어요.”

“그럼 다른 점수는요?”
“연수 점수도 인터넷 연수를 신청하고 클릭 질만 하면 되지만 아까운 세금으로 사설 연수기관만 좋은 일시키는 것 같아서 하지 않고 대신 제 돈 내고 점수도 쳐주지 않는 연수를 들었으니 최하점을 자초한 것이지요.”

한 마디로 평가점수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뭘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덕에 결국 꼴찌가 된 것이다. 보직교사, 담임, 동아리, 연수, 연구, 수업공개 등 점수를 받는 모든 부문에서 최하점을 받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점수 앞에서 당당하던 교사였지만 정작 꼴찌가 되니 허탈해서 수업이 싫어지고, 학생들을 위해 만들던 학습지도 왜 만드나 싶더란다.

교사로서 좋아서 하던 모든 노력을 멈추고 꼴찌의 수준에 맞춰야 할 것 같은 강박까지 생겨서 더 이상 학교에 가기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본질을 빼앗겨 상처받는 교사는 지금 이 교사만이 아니다. 교육에서도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보상의 전략은 중요하게 사용되어 왔지만, 그것으로 인해 아이가 보상이 있어야만 움직인다면 도리어 독이 된다.

점수로 교사 줄 세워야 교육 매진하다는 생각은 교사 모욕하는 것

교사가 하는 교육 활동은 본질적으로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과정이다. 수치로 환산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세분화하여 아무리 공정하게 평가한다 하여도 완벽할 수 없다. 점수로 교사들을 줄을 세워야 교육에 더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교사를 모욕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이러한 평가에 반발하여 점수에 초연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결국 최저 점수와 낮은 성과 급여다.

더욱이 교사가 돈 문제로 동료 교사와 경쟁하고 있다면 이것은 얼마나 자손심이 상하는 일인가? 그런데 이제 개인 성과급 뿐 아니라 승진에도 다면평가 점수를 활용한다. 이 점수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특히나 순수한 의지로 가르치는 보람 속에 살아가고 싶은 교사들에게 이런 제도는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지금의 학교는 승진을 마다하고 평생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이 무능이란 이름으로 낙인찍히기에 딱 알맞다.

교사들이 배가 부르니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 경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경쟁일까? 아이들을 수단으로 하여 성과급과 승진에서 점수를 더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교사들이 교육을 위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유익할 것이다. 순수한 이상으로 교단에 선 교사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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