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왕은 스스로 ‘왜 미천한 계집의 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까’를 되뇌었지만 그녀의 눈 속에 자신이 몰입되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정신이 혼몽해질 지경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만져보지 않고서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진왕은 술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얇은 볼을 만져보았다. 어린아이의 볼처럼 매끈한 윤기가 가슴을 녹였다.

“네 이름이 뭔고?”

진왕은 갑자기 아이를 대하듯 부드럽게 물었다.

“연화라 하옵나이다.”

“함양궁에서 살았더냐?” 

“그러하옵나이다.”

“그런데 왜 오늘에야 과인 앞에 나타났는고?”

“대왕마마의 부르심이 없었기에 그러하옵나이다.”

“그도 그렇겠구나. 과인의 부름 없이 이곳을 드나들 수야 없지.”

진왕은 연화의 붉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말했다. 너무나 감미로운 감촉이었다. 손가락을 입술 속으로 밀어 넣으면 금방 녹아버릴 것 같았다. 목이 말라 갔다.

진왕은 말없이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연화가 진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술을 따랐다. 진왕은 지금까지 많은 궁녀들과 밤을 보내보았지만 연화만큼 자신의 눈을 똑바로 뜨고 들여다보는 계집은 없었다. 또 그렇게 하려고도 하질 않았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연화는 담대한 여자였다.

타오르는 눈길로 연화의 눈 속을 파고들며 술잔을 기울였다.

“마시겠느냐?”

“황공하옵나이다. 대왕마마.”

연화는 진왕이 따르는 술을 받아 마셨다. 눈을 피하려 했지만 진왕이 다시 턱을 받쳐 들며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호흡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진왕 스스로 호흡이 가빠오는 것을 느낀 것은 오랜 만이었다.

진왕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자신의 볼로 가져갔다. 그의 마음을 읽은 연화는 진왕의 볼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볼을 붉혔다.

진왕은 자신의 두터운 손을 그녀의 가슴 속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숱한 궁녀들과 밤을 보낼 때마다 진왕의 손은 거칠었고 투박스러웠다. 막되어먹은 짐승을 다루듯 메말랐고 잔인했다. 

하지만 연화에게 만큼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강하게 만지면 터질 것 같았고 그렇다고 너무 부드럽게 만지면 감각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물 풍선처럼 부드러운 가슴을 만질 때는 더욱 그러했다. 예민하고 조심스러웠다.

손끝에 모든 오감이 몰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것은 봄풀처럼 신선한 경험이었다.

진왕은 연화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음미했다. 살구처럼 감미로움이 밀려왔다. 목마름을 달래줄 그녀의 생명수가 흘러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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