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여론 환영 못 받는 안희정식 민주주의·정당정치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연정론이 소신과 고집 사이에서 여론의 환영을 받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충청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안 지사가 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충청권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안 지사가 대선 정국에서 지역 출입기자들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시간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자는 안 지사의 최근 지지율 하락을 언급하며 이런 질문을 했다.

“지난 2차례 방송 합동토론회에서 대연정이 주된 쟁점이었다. 지사께서는 대연정이 소신이라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고집이 센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고집 뒤에는 ‘불통’이란 단어가 붙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국민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소신과 고집사이에서 고민은 있는지 솔직한 심경을 말씀해 달라.”

그는 말했다. “현재 지지율이 대연정이라는 것이 원인이 돼 전통적 기지기반으로부터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싸움으로는 되는 게 하나 없는 이 정치를 극복해달라는 건 국민의 명령이자 요구다. 그러한 정쟁의 나라를 극복하는 일은 현행 헌법을 연정 수준으로 이해하고 운영하는 길밖에 없다는 제 주장은 이미 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것처럼 국민적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과 국민참여경선에 참여하는 국민들께 가장 안정적이면서 희망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는 설명을 더 잘 드리는 것이 제 과제다.”

당내 지지층 비판..기로에 선 안희정의 소신

안 지사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긴 했지만, 타고난 리더 체질이 몸에 밴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쉽게 타협하지 않는 소신은 갖췄다. 30년 동안 민주당을 지키며 정당정치를 해 왔고, 민주당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보수의 땅 충남에서 도지사를 연임 중이라는 게 근거다.

그런데 안 지사 특유의 소신과 리더십이 최근에는 오히려 ‘독’이 된 듯한 느낌이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설파한 연정론이 정작 지지층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기 때문.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는 현재 여소야대 국회 구조에서 연정은 필요하다. 갈등을 봉합하고, 극한으로 치닫지 않게 만드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는 정치인 안희정의 소신과 철학이다. 그러나 지금 시기 국민들의 요구는 적폐청산이다. ‘개혁과제에 동참한다면’이란 단서는 달았어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손잡을 수 있다는데 대해 민주주의자, 정당정치자에 감동 받았던 국민들과 지지층에게 비판받고 있다.

소신과 고집의 차이..패착 인정, 타인 의견 받아들여야

설령 대연정을 하더라도 각 정당 국회의원 모두가 법안 통과에 동의할 것이냐의 문제와 더불어 해당 정당의 지지자들이 연정에 찬성할 지도 간과해선 안된다. 자료사진.

연정을 하더라도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민감한 현안과 결부된 법안 통과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낮은 단계의 협치는 무시하고, 모든 국회 시스템이 연정으로만 풀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연정의 근간은 당내 지지층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기 집 식구가 옆집 사람과 다퉈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되레 옆집 사람을 집에 초대하겠다면 어떻겠나. 초대를 해도 일단은 몹시 화가 난 내 식구를 달래는 게 먼저인 것처럼, 연정도 단계와 절차가 필요하다. ‘통합’과 ‘포용’이란 구호로 민주주의를 한방에 해결하려 하다 보니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소신과 고집의 차이는 자신의 패착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동안 안 지사를 지켜주던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단순히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때 안희정에게 열광했던 ‘소신 있는 리더’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해 느끼는 실망감은 아닐까. 선거 공학적 접근이 아니라면,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도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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