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도대체 교사가 무엇인가? 학생들을 위한다면서 이런 제도나 이용해서 제 욕심을 채우자고 하는 교사들이 너무 부끄럽다. 제자들에게 얼굴을 못 들겠다.” 일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복수담임제에 분노한 젊은 교사의 말이다.

복수담임제는 한 학급에서 담임교사 두 명이 학생을 나누어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정·부담임이 있어 정담임교사가 학급 내 학생을 통괄할 책임을 갖고 지도한다. 부담임의 역할은 정담임의 공백(출장이나 결근, 단기 휴직 등)을 보완해 주는 역할에 제한된다.

반면에 복수담임제는 학급에 배치된 두 담임이 책임과 역할에 있어서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담임제와 차이가 있다. 이 제도는 두 명의 담임교사가 학급업무의 나눔과 협력을 통하여 생활지도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만들어졌다.

학교 폭력 해결 방안의 하나로 복수담임제 시작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원래 복수담임제는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제안된 것이다. 왕따 현상을 비롯한 학교 폭력이 심각하게 사회문제화 된 1999년 당시 교과부가 시범 실시한 전교사 담임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의 모든 교사가 담임교사가 되어 학급에 배치된다는 것으로 한 학급에 두 명의 담임교사가 배정되어 학급을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복수담임제와 똑같다. 학급의 학생들을 물리적으로 둘로 나누어 두 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독립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서로간의 업무가 명확히 나누어지지 않아 선배교사가 후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빈번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불만이 커져 시범 운영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다 또 다시 2012년 학교폭력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중학교 2학년 학급에서만 복수담임제를 시행했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사춘기의 정점으로 지도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학년이나 고등학교는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이 제도를 또 다시 도입한 이유는 한 명의 담임보다는 두 명의 담임이 폭력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학교의 경우 학급당 교원 정원이 1.5명으로 담임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부장교사들이 후배교사들과 복수담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선후배 교사 간에 생활지도와 학급운영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과 철학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마련이었다. 1999년과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교직 사회에 위화감과 갈등이 나타나자 결국 한 학기 만에 의무 시행이었던 중학교 2학년마저 자율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복수담임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이 복수담임제가 대전지역 일부 중등학교에서 학교장 재량으로 실시되면서 또 다시 학교내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이유가 학교폭력 승진 가산점이기 때문이다. 이 승진 가산점은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에 기여한 교사에게 학교 교원 전체의 40%내에서 매년 0.1점의 승진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0.001점 차로 교원 승진 심사의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 0.1점은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수이다.

학교폭력 유공교원 가산점이라는 이 제도는 교사가 학교폭력 예방에 기여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전체 학교 교원 가운데 40%만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선정 교사의 80%는 반드시 담임교사와 학교폭력업무 담당자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장교사를 포함한 비담임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이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승진 앞둔 부장교사나 중견교사 가산점 쉽게 받으려 복수담임제 운영 '문제’

그런데 승진을 눈앞에 둔 일부 부장교사나 중견교사들이 이 가산점을 쉽게 받으려고 학교장을 부추겨 복수담임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월 13만원의 담임 수당과 함께 차등성과급의 평정에서 우수 점수를 받는데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년을 앞둔 일부 원로 교사들은 이 담임수당이 보수에 포함되어 연금에 유리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복수 담임을 은근히 바란다는 것이다. 교사의 업무를 줄여주고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목적과는 달리 엉뚱하게 이용당하는 상황인 것이다.

복수담임제는 지난 두 번의 시도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 학급 두 담임교사가 갖는 문제점으로 시범 실시로 끝나거나 한 학기만 채우고 말았다. 1999년도와 2012년 두 차례 모두 한 지붕 두 가족에서와 같은 갈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들만 갈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도 두 명의 담임교사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둘이라고 생각해보라. 학생들이 받는 정서적인 부담은 결코 가볍게 넘어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두 명의 교사가 서로 잘 협력이 된다 하더라도 서로의 색깔이 다르기 마련이고, 이를 바라보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서 교사들의 승진이나 수당과 성과급에 이용당하는 상황이라면 이 제도는 더 이상 학교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두 번씩이나 실패한 제도를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이용하는 학교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왜 우리의 학교에서는 좋은 취지의 제도들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거나 예상과는 달리 비교육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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