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는 어떤 방도로 천하를 통일할 수 있겠소.”

“신이 어떻게 천하를 도모할 수 있겠나이까. 다만 미력한 힘이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대왕마마께옵서 천하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을 드릴 뿐이옵나이다.”

“그 방법을 일러 주시오.”

진왕이 다가 앉으며 말했다.

“신은 일찍부터 사물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였나이다. 그래서 사물은 기의 흐름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인간은 재물을 통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나이다. 인간은 본시 재물을 탐하는 속성이 있어 넉넉한 재물을 준다면 어떤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나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온데 저에게 황금 1만 냥을 내려 주신다면 6국의 제후를 설득하여 전쟁을 하지 않고 그들을 설복시킬 수 있는 방도를 구하겠나이다.”

“황금 1만 냥이라. 적은 돈이 아니구려.”

진왕은 손으로 턱을 받쳐 올리며 말했다.

“그러하옵나이다. 하지만 6국을 무력으로 무너뜨리는 데는 이보다 몇 십 배의 비용이 소모될 것이옵나이다. 싸우지 아니하고 적을 이기는 방법이 최고의 비법임을 간과하지 않으신다면 금 1만 냥은 그리 큰돈이 아니라  사려되옵나이다.”

진왕은 돈약이 물러간 뒤 조정 중신들에게 돈약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중신들은 우선 돈약의 생김새가 승냥이 같고 또 인간됨이 간사하니 그자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왕마마. 간교하기가 여우같은 자에게 1만 냥의 황금을 준다면 필시 그자는 그것을 가지고 다른 6국으로 달아나 그들을 이롭게 할 것이옵나이다.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그자를 죽여 없애는 것이 이로울 것이옵나이다.”

신하들은 하나같이 돈약을 죽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자를 살려 둔다면 훗날 큰 화를 불러 올 것은 뻔 한 이치며 대왕마마께옵서 꿈꾸시는 대업을 이미 알게 되었으므로 기밀을 누설할 우려가 있는 만큼 그를 처단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하지만 진왕의 속내는 달랐다. 도리어 그를 후하게 대접하고 가까이하며 그에게 황금 1만 냥을 선뜻 내주었다. 그의 지략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진왕의 인간됨을 지켜본 돈약은 그길로 길을 떠나 동쪽으로 한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매수하여 진나라 편으로 돌렸으며, 북으로 연나라와 조나라에 가서 유세하며 이간책을 써서 조나라 장수 이목을 죽이기도 했다. 아울러 6국이 자중지란으로 세력이 약화되도록 모사함으로써 진나라가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발판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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