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박근혜 전 대통령, 지금이라도 헌재 결정 승복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청와대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지금 상황을 바라보고 계신 국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이처럼 어려울 때 국민들께서는 항상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공직자들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와 장관들께서 잘 독려해 주시고, 국정 현안과 민생안정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다. 그런데 이 말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파면(탄핵)을 결정한 뒤 나온 메시지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날 오후 청와대 영상 국무회의실에서 국무총리와 부처장관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박근혜에게 국민은 끝까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서면 의견으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것은 빈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4년 전 국민들 손에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국민들 앞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서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순실’로 상징되는 비선 실세와 측근들의 국정 농단과 사익 추구에 개입하며 헌법을 어겼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 ‘하야’를 외치는 주권자들의 목소리는 무시했다. 대국민담화에서 특검 조사를 받겠다던 공언도 안 지켰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재판정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보수언론을 자기변호용으로 활용했다.

국민 통합보다 검찰 수사 더 걱정한 전직 대통령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의원을 통해

급기야 대한민국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에도 입장을 직접 밝히지 않았다. 측근인 민경욱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불복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청와대가 아닌 삼성동 사저에 배수진을 치고 강력한 법적 투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저 골목길에서 친박 의원들, 지지자들에 에워싸여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통합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또다시 허탈과 분노했다.

그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연금 등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당했다. 역사에도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평생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한다.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이상 검찰 수사도 피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선 구속도 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결과는 안고 가겠다”면서도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승복하는 순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인 신분이 된 자신의 검찰 수사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 통합 노력은 별개다.

헌재는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가 국민 신의를 배반했다고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 불복하는 태도는 헌법에 대한 배신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상처 받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지지층에게는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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