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저지 의혹에 "진상조사 지켜보자" 관망기류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일선 판사들의 움직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전법원에 근무하는 판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법 파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전법원 역시 진상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문제의 발단은 전국 법원에 근무 중인 400여명의 판사가 참여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 달부터 전국 법관들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법원내 최대 학술단체에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대법원 입장에선 그다지 반가울리는 없을터.

법원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이같은 움직임이 알려지자 법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판사들의 연구회 탈퇴를 종용했고, 국제인권연구회 회원인 판사들이 여기에 반발했다.

급기야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연구회 소속 한 판사에게 '학회 활동을 축소시킬 방안을 추진하라'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거부한 판사는 올초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됐지만 이번 사태 이후 인사발령이 취소돼 직전 근무지로 인사발령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법원은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진상 규명을 맡기는 한편, 부당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이와 관련, 전국 법원에서는 판사회의를 열거나 앞으로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전법원은 일단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대전법원에 근무 중인 모 판사는 "이달 말 판사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정기적인 판사회의일 뿐 이번 사태로 인해 긴급 판사회의를 열자는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며 "일단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도 "법관들은 외부로부터 독립도 중요하지만 내부에서의 독립도 중요한 만큼 그런 법관 독립이 조금이라도 훼손됐다면 법관들 입장에선 엄중한 사태일 수 밖에 없다"면서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하 법관들은 무서울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법 파동까지 언급될 정도로 법관들의 움직임이 긴박해진 상황에서 진상 조사 결과에 모든 법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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