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가정 양육수당을 10만원 인상하자는 보도자료를 냈다. 현재 20만 원인 0세아(12개월 미만)의 가정양육수당을 30만원으로 높여주자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가정은 80만원의 지원 혜택을 받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해 집에서 키우는 부모에게 10만원이라도 더 주자는 제안이다. 도가 중앙정부를 향해서 내놓은 그야말로 ‘제안(提案)’이다. 해당 가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다. 

문제는 이런 제안이 한창 대권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도지사가 이끌고 있는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공무원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안희정 지사는 장기 연가를 내고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충남도 보도자료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양육수당이 10만원 올라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양육수당 10만원 인상 제안’ 발표는 안 후보의 공약처럼 들리게 돼 있다. 도의 ‘제안’은 대권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도지사를 거드는 공약 효과가 있다. 도는 양육수당 인상 외에도 학교급식센터 의무화 농협중심 유통체계 개선 등도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도민이든 국민이든 이 ‘제안 기사’를 보는 사람에겐 점수를 딸 내용들이다.

충남도, ‘정치적인 제안 행정’ ‘이미지 행정’ 그만둬야

도의 ‘제안’은 도가 대권후보로 뛰고 있는 도지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차원을 벗어난 행동으로 보인다. 공공기관과 공무원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다. 충남도의 ‘제안 보도자료’는 안 지사를 노골적으로 응원하는 ‘정치적인 행정’이다.

도의 ‘제안 행정’는 처음이 아니고 작년 9월부터 있었고 올 1월에도 나왔다. 안 지사가 국회를 방문할 경우 종종 이런 식의 ‘제안’을 해왔다는 점에서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보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도지사는 정치인의 신분이어서 ‘제안’이란 수단을 정치적 홍보의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또 지방정부가 좋은 아이디어를 중앙정부에 건의해도 먹히지 않는다면 ‘제안’이란 수단의 여론작업을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같은 정부기관인 충남도가 중앙정부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제안의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이 제안 방식에만 매달린다면 시민단체나 언론사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기관은 시민들과는 달리 중앙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일부러 언론용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정부에 제안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제안 보도자료는 ‘충남도는 비록 지방자치단체지만 중앙정부 업무에 대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거나 ‘충남도는 중앙정부 차원의 업무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홍보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제안’ 하나만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제안 행정’은 행정기관이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할 ‘여론 작업’을 통해 쉽게 이미지 점수만 따려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진-평택 도계 분쟁 같은 충남도의 중대 현안에는 쉬쉬하던 충남도가 충남도의 쟁점 사안도 아닌 일반적 사안에 대해 제안 형식의 보도자료를 내는 건 ‘이미지 행정’이 목적 아닌가? 

무엇보다 제안의 내용 중에 안 지사의 대선공약처럼 비칠 수밖에 없는 부분도 들어가 있어,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선거개입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충남도는 너무 속보이는 ‘정치적인 제안 행정’, ‘이미지 행정’을 그만두어야 한다. 도지사인 안 후보에게도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런 게 안 후보의 방식으로 인식된다면 점수가 오히려 깎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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