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정근우, 이용규 부상 복귀 미정, 이태양, 장민재 난조

한화이글스는 지난 14일 LG트윈스와 경기를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돌입했다. LG만 만나면 대단한 혈전을 벌였던 한화이글스는 올해도 시범경기지만 첫 경기부터 난타전을 벌여 9:9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1:8로 흐름이 넘어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9회말에 기어이 9:9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 없는 첫 경기를 끝냈다. LG와의 두 번째 경기는 5:12의 완패. 한화이글스의 3선발이 유력한 이태양의 난조로 초반 흐름을 빼앗긴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넥센과의 3, 4차전에서 타선의 폭발과 투수진의 안정으로 12:1, 8:7의 연승을 거두며 전지훈련에서의 연이은 패배와 시범경기 LG전의 패배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3차전에서 배영수와 심수창의 호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4차전에서 선발 윤규진의 호투, 좌완 불펜 김범수의 피칭은 올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명불허전 김태균의 홈런 포함 5타점과 2년 차 김주현의 9회말 끝내기 안타는 “마리한화”의 재림을 알리는 듯한 인상이었다.

5차전 kt전에 첫 선발 등판한 오간도. 스스로 왜 메이저리거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4이닝 무안타 1볼넷 7삼진의 위력적인 투구로 시범경기이지만 한국 무대 첫 피칭을 인상 깊게 마무리했다. 1차전에 먼저 등판했었던 비야누에바는 3이닝 2피안타 3삼진 1실점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6차전 kt와의 두 번째 등판에서는 이진영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 두 메이저리거 출신의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에 한화이글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첫 단추를 비교적 잘 메운 것으로 평가된다. 시범경기에서 실전 등판을 더 하고 한국 타자들과의 적극적인 승부를 통해 한국프로야구 무대에 적응을 한다면 분명 좋은 경기력으로 한화이글스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다 줄 것으로 보인다.

고무적인 현상은 투수진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지훈련 페이스가 좋았던 3선발 후보 이태양과 전천후 장민재의 컨디션이 아직은 정상이 아니지만, 윤규진, 배영수, 심수창, 안영명, 박정진, 정우람 등의 주축 선수들이 좋은 피칭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윤규진과 심수창은 기대대로 자신의 피칭을 해줬고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가능한 배영수, 안영명의 베테랑들도 좋은 피칭으로 김성근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이태양과 장민재가 부진한 상황에서 배영수와 심수창 그리고 안영명의 호투는 김성근 감독이 투수 로테이션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박정진 밖에 없는 좌완 불펜진에 영건 김범수의 성장이 투수진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판단이 되고 한화이글스의 클로저 정우람 또한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2년과는 다르게 투수진이 개막에 앞서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야수진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진 정근우, 이용규와 주전 3루수 송광민의 부상에 따른 재활과 하주석의 뜻하지 않은 몸에 맞는 공에 이은 부상으로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다. 자칫 올시즌에는 야수진의 부상에 따른 경기력 하락이 초반 승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외야진에 믿었던 김경언과 최진행의 복귀도 요원한 상태로 알려져 야수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다. 주전들의 빈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반드시 메워져야 하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양성우가 선배들의 빈자리를 채웠던 것처럼 말이다. 우선, 이용규가 책임진 테이블 세터진과 중견수 자리는 김원석이 앞서 나간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3개를 기록하며 김성근 감독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고졸 2년차 듀오 이동훈과 강상원이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로 백업 멤버로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노장 장민석도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용규, 김경언, 최진행의 빈자리를 공격적인 측면에서 완벽하게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 트리오가 복귀하기 전까지 김성근 감독은 공격과 수비에서 명확한 역할 구분을 통해 외야 선수들의 운영이 필요할 것이다.

무릎 수술 이후, 다시 무릎 쪽에 통증을 느낀 정근우의 빈자리는 일단 최윤석과 강경학이 기회를 받고 있다. 최윤석은 SK 시절부터 이어온 많은 경험과 안정감이 장점이고 강경학은 한화이글스에서 주전 유격수로 한 시즌을 책임졌던 경험과 좌타자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주석의 몸에 맞는 공에 이은 부상으로 최윤석과 강경학이라는 새로운 키스톤 콤비에 또 다른 백업 요원을 찾아야 하는 고민까지 떠안게 되었다. 또한, 지난해 3루를 책임졌던 송광민의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김회성과 신성현이 차례로 기회를 부여 받으며 김성근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신성현이 앞서 가는 모양새이고 신성현은 3루 뿐 아니라 유격수, 1루수까지 전천후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창열, 임익준도 시범경기 투입을 통해 실전 경기력을 테스트 받고 있다.

정리해보자면, 이용규, 김경언, 최진행이 빠진 외야는 이성열, 장민석, 김원석, 양성우, 정현석, 이동훈, 강상원 등이 상황에 따라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 송광민, 하주석이 빠진 내야는 신성현, 김회성, 최윤석, 강경학, 이창열, 임익준 등이 번갈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선수들이 시즌 초반 경기에 투입하면서 실전 경험과 함께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주전들이 복귀했을 때 한화이글스는 야수진의 깊이는 더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강한 야수진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예전에 비해 투수진이나 야수진에서 백업의 요원의 양은 풍부해졌다. 하지만 주전들의 빈자리를 얼마만큼 메워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만큼 백업 요원들의 경기력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고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면 경기에서의 집중력과 상대방의 견제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화이글스가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백업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활약을 해줘야 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도 지난 9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7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