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36>

금한령(禁韓令)으로 중국에 판권이 수출되지 못한 드라마 '도깨비'를 보기 위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법 시청과 해적판 유통이 심각하다. 중국 정부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을 삭제했지만 남자 주인공 공유가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일 정도로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중국 정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열을 올리지만 잘 만든 한류 드라마는 금한령도 무색케 하는가 보다.

신세계 토지사용료로 연 120억 원… 드라마타운 2만평 30년 무상사용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석 달 후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국내 최대 규모라는 'HD드라마타운'이 모습을 드러낸다. 2만평(6만6115㎡)에 대형·특수시설 및 특수효과 스튜디오, 다목적 야외 오픈스튜디오, 미술센터 등이 조성돼 영화, 드라마, CF같은 영상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수백,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세상이니 대전에서 찍은 작품들이 전 세계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생각을 하면 흐뭇하다.

하지만 준공을 앞둔 드라마타운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 대전의 금싸라기 땅 2만평을 30년 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무상으로 내주는 대가로 대전이 얻는 이익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드라마타운 옆에 들어서는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부지면적 5만1614㎡로 드라마타운보다 5000평가량 적지만 신세계는 토지사용료로 연간 120억 원을 내기로 했다.

상업시설이 들어가는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드라마타운의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같은 과학공원 땅 2만평을 콘텐츠진흥원에 30년 무상으로 빌려주는 대전시는 최소한 토지사용료 만큼이라도 경제적 효과를 거둬야 정상적 행정이다. 그런데 드라마타운 준공을 코앞에 두고도 이렇다 할 활용방안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의지만 있다면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TF팀이라도 꾸려 지역산업과 연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냈을 것이다.

시는 드라마타운의 운영주체가 콘텐츠진흥원이라서 대전의 역할이 제한적이라지만 말이 안 된다. 연간 토지사용료로 120억 원만 잡아도 30년이면 3600억 원인데 30년 간 2만평을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빌려주는 것이 타당한가? 자기 땅이라면 단 10평을 빌려주면서도 이리저리 재어 보고 실익을 따졌을 것이다. 드라마타운과 관련해 시민이 납득할만한 활용방안과 경제효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장기 무상임대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HD드라마타운은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서는 스튜디오로 전체 6만6115㎡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6월 말 준공 예정이다. 사진은 2015년 7월 22일 기공식 모습.
드라마타운 연 200명 고용창출과 200억 원 연계수입 효과

시에 확인한 드라마타운의 기대효과는 형편없었다. 연 2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200억 원의 연계수입, 영화산업과 관련한 국비 유치에 유리하다는 것인데 200명 고용마저도 정규직은 40명에 불과하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라는 것이 막연한 장밋빛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쯤은 시민들도 안다. 웬만한 영화 드라마 촬영팀은 밥차는 물론 보조출연진까지 직접 데리고 다니니 자칫하다간 세트장에서 촬영만하고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전시는 콘텐츠진흥원과 협의 중이라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시가 적극적으로 대전의 이익을 챙기지 않으면 땅만 빌려주고 실속도 못 챙기는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산하기관으로 ICT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있고 세계 첨단기술의 메카인 대덕연구단지를 끼고 있는 대전시가 내 땅에 지어진 국내 최대 영상제작단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끌고 가는 건 당연하다.

세트장에서 촬영만 하고 갈 게 아니라 대전에서 다양한 로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대전서 찍은 영화 드라마의 제작보고회 같은 것도 여기서 진행함으로써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대전으로 집중시켜야 한다. 대박 난 드라마 촬영지는 관광지로 부상하니 대전서 찍은 작품으로 도시이미지 제고는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적이면 좋겠다. 드라마타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대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

지역 업자들은 서울서 가져오기 불편한 장비들을 대전서 빌려 쓰고 단역도 대전에서 섭외하며 지역 업체가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대전시가 열어주길 바란다. 대전에서 먹고 자며 촬영함으로써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 달라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 시는 드라마타운과 관련한 지역산업이 무엇이며 인력과 장비,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훤히 꿰고 있어야 하고 이를 연결해 주는 전담조직과 인력도 필요하다.

대전시가 요구하지 않는데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이 대전을 위해 뭔가를 먼저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민들은 과학공원 땅 2만평을 30년간 공짜로 빌려준 대전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다. 대전시가 장사꾼은 아니지만 시민 재산을 활용해 국책사업을 벌이는 것이니 금싸라기 땅을 내주고 밑지는 장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대전을 위해, 시민을 위해 드라마타운을 어떻게 적극 활용할지 서둘러 대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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