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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휴지 소동’ 단순 해프닝일까?

[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가기천2017.03.23 09:17:29

[알림. 〇〇시청 지원금이 없어 휴지가 없음. 문의:〇〇시청 교통행정과(전화 OOO-OOOO)〕
얼마 전, 영남의 한 버스터미널 화장실에 붙었다는 안내문이다. 터미널 운영회사가 시에 화장실 휴지구입비 등 지원을 요구했는데, 늦어지자 공개적으로 ‘항의’했다는 것이다. 시 관련부서의 전화번호까지 알린 것으로 보아 많이 서운했는지 벼르고 한 의도가 엿보였다. 혹시 그동안 ‘을’의 입장으로 가졌을 불만을 휴지를 구실로 표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청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니, 대응하는 장면들이 상상되었다.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시는 터미널운영회사가 사기업임에도 공공성을 고려하여 지난 10여 년 간 해마다 1천만 원을 지원했는데, 민간인 중심의 시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현금지원은 적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함에 따라 같은 명목으로는 지원을 계속할 수 없어 예산과목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연됐다고 밝혔다. 어찌 보면 한낱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사건’이지만, 새겨보아야 할 과제는 작지 않다.

먼저, 소통과 지원과정이 적정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와 회사는 시민들의 발인 버스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의하는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실질적인 소통은 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업무적으로 지도·감독하는 시와 이를 받아야 하는 회사, 지원하고 지원받는 관계에서 일련의 절차를 문서로만 수행하는 ‘메마른 사이’가 아니라, 대중교통 발전방안과 서비스향상 등 이용객의 입장에서 크고 작은 과제를 사전에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였다면 그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늘 해오던 일이 사정상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터미널에서 우선 조치하도록 사전에 조율하여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다음은, 시의 지원방안이 적정했는지 의문이다. 터미널이 다중이용시설인데다 공익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지원할 수는 있다. 실제로 시설개선비, 대합실 집기 교체비용의 상당액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휴지구입비 지원은 시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사항임에도 다른 항목으로 우회 지원하는 것은 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으로서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흑자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보충성의 원칙’과 부합되는지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터미널 측의 입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설령 시의 지원이 늦어지거나, 터미널 측이 요구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이 오로지 그뿐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이용객들에게 ‘회사에서 제공하는 휴지’라는 인식을 갖게 하다가, 지원이 지연되자 그 때는 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돌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혹시 모르는 다른 불만을 게제 싸잡아 터트렸는지는 알 수 없다.

경위가 어찌되었던 양 측 모두, 공익사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사명감이 미흡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의문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요즘 접객업소의 화장실을 비롯하여 공중화장실환경이 매우 좋아졌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가장 큰 변화된 것은 화장실이라고 꼽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쉽게 쓸 수 있었던 휴지가 갑자기 사라졌다면 매우 난처한 일이다. 시에 전화하는 이용객들에게,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항의한다고 원망할 일이 아니다.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휴지 공급의 주체가 누구인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거나 구분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서 민간에 대한 지원과 보조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보조나 지원이 있어야 돌아가는 경우마저 있다. 보조나 지원은 민간부문의 활동을 육성하고 촉진하며 보완해주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까탈’부리지 말고 지원하며 아울러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민간에 대한 지원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여야 하고, ‘꼭 필요로 하는 곳에, 꼭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만큼 지원해야한다’는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보조·지원금은 모두 세금이고, 세금을 쓰는 일에는 엄정한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하고, 지원 사업의 집행과정과 성과에 대한 철저한 점검도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결코 ‘선심 수단’이 아니어야 하고, ‘눈먼 돈’이 되지 않아야 한다.

주민들은 공무원을 상대로 일을 하자면 “안 된다고 부터 하고, 까다롭다”며 불평하고, 공무원들은“해주려고 하는데도 무리한 요구에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화장실 휴지 소동이 그런 유형의 하나라면, 서로 소통하고 간극을 줄여나가야 한다. ‘한 마리 제비가 봄이 왔음을 알려 준다’고 했다.
그 소동에서 제비를 보고, ‘무엇’을 찾아야 한다면 지레 염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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