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는 정국으로 인해 잠시 수명을 연장시켰을 뿐 거두어들이심에 문제가 전혀 없사옵나이다. 반면 정국의 대수로 공사는 관중 주변지역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으며 장차 이 공사가 마무리 되면 관중의 수많은 농토마저 비옥하게 됨으로써 이는 우리의 경제발전에 커다란 촉진제가 될 것 이옵니다. 대왕마마. 부디 청하건대 정국으로 하여금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 하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진왕은 이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맞는 말이었다. 정국이 진나라의 쇠락을 앞당기기 위해 시행한 대수로 공사가 국력을 신장시켜주고 있었으므로 그를 죽일 이유가 없었다. 진왕은 즉시 그를 방면하고 그로 하여금 공사를 계속하여 대수로 공사의 완공을 서둘라고 지시했다.

한편 정국의 밀파로 진나라의 국력을 소모하려 했던 계략이 도리어 진나라의 국력 신장이란 결과로 나타나자 한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더욱이 진나라가 호시탐탐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안절부절 하며 대안모색에 여념이 없었다.  

이때 한 왕을 찾아온 것이 한비자였다.

한비자는 그동안 10만구절의 방대한 상소를 올렸지만 반응이 없자 그것을 책으로 엮어 ‘한비자’를 펴냈다. 그리고 한 왕에게 바쳤다. 20권에 달하는 책이었지만 한 왕은 단 한권도 읽지 않았다.

반면 선비들에 의해 진나라로 건너온 책 ‘한비자’를 읽은 진왕 영정은 신하들 앞에서 무릎을 치며 말했다.

“한나라 왕이 한비자를 등용한다면 한나라를 손쉽게 넘볼 수 없게 될 것이오. 정말 한비자는 대단한 인물이오. 그를 만나 사귈 수만 있다면 내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      

영정은 그 책을 통해 법치의 이치를 깨달았다.

특히 아무리 임금과 친하다 할지라도 법을 어겼다면 처벌해야하며 아버지가 법을 어겼다면 이를 아들이 감싸주어서도 안 된다는 구절을 또 읽고 또 읽으며 가슴에 새겼다. 

한비자는 왕에게 자신을 사신으로 보낸다면 진나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언했다. 하지만 한 왕은 내키지 않았다. 심한 말더듬에 어눌하기 짝이 없는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알이 반들거리고 간교가 넘치며 구술이 달변인자를 보내도 될까 말까하는 마당에 한비자와 같이 어눌한 자를 사신으로 보내어 무슨 덕이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보내려 해도 마땅한 이가 없었다. 진나라로 가는 길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나 진배가 없는 마당에 누구도 흔쾌히 나서는 이가 없었다.

다급해진 한 왕은 궁여지책으로 한비자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했다. 그렇게 해서 한비자는 어렵게 사신 길에 오르게 되었다.

먼 길을 달려 진나라 함양에 들어간 한비자는 먼저 동문수학했고 늘 한방에서 공부했던 친구 이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를 통한다면 진왕의 알현이 무엇보다 쉬울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송구스럽지만 내가 급작스럽게 자네를 찾은 것은 도움을 요청키 위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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