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여론과 정치] 거부할 수 없는 긍정 메시지가 '승리 프레임'

더불어민주당 회의장면 뒷배경에는 ‘새로운 대한민국 이제 시작입니다’가 보인다. 적폐청산과 정권교체의 의지를 긍정적 언어로 바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한국당 지도부 뒷배경엔 ‘안보가 경제다’라는 짧은 문구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용어를 선점하고 국민적 불안감을 표로 연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국민의당은 ‘국민통합 민생안정에 앞장서겠습니다’를 채택했다. 탄핵이후 분열된 국민을 추스르는 의미를 많이 담았다. 바른정당은 ‘천안함 용사들 46+1,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영웅입니다’라는 시기에 부응하는 메시지를 현재 사용하고 있다.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 선대위발족 관련 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광고인 출신이라 더욱 그런지 필자는 ‘때의 목소리’라 불리는 슬로건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더욱 가열되는 후보들간 정당간 메시지공방을 따라잡기도 벅차고, 당사의 대형걸개나 당 지도부의 뒷배경에 눈에 잘 띄게 배치시킨 짧은 카피, 여기에 담긴 당과 당의 후보들이 표방하는 정신과 각오를 보며, ‘각 진영의 전략은 향후 어떻게 될까?’ ‘일사분란하게 잘 움직이는가? 헤매고 있는가?’ 평가해보기도 한다.
 
아직은 후보관련 ‘슬로건’이 확정되어 등장한 상황은 아니지만, 각 당이 대선후보를 최종 선출하고 나면 당이 아닌 ‘후보’의 공식적인 슬로건을 국민들과 지지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최종 후보간 메시지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이 슬로건을 정하고 메시지를 표출하기 전에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窓)이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되고, 세상을 향한 마인드셋이 된다. 고정관념을 형성시키기도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네”라고 말하는 청소부의 세상은 다른 ‘거리청소’의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과 다르다. 펩시와 코카콜라간의 ‘콜라전쟁’에서 펩시의 전사 존 스커리는 문제해결과정에서 프레임의 위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그는 기존의 ‘콜라병 디자인’ 싸움 에서 ‘콜라병 사이즈’로 전선을 바꿔 시장을 변화시켰다.

정치와 선거에서 프레임의 역할은 더욱 빛이 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로 유명한 조지 레이코프는 이 책에서 2004년 미국대선을 프레임전쟁으로 분석했다. 이라크전쟁에 대한 성격규정을 공화당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민주당은 ’점령‘으로 해석했다.

서로 자신의 프레임을 상대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치열한 ’프레임전쟁‘이 벌어졌다. 이 프레임전쟁에서 공화당은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면 적이고 이적행위라고 외쳤고, 결국 ‘애국과 비애국’의 프레임이 선거의 결과를 좌우했다.

상대의 프레임에 말릴 때 이기기 어렵다는 공식은 우리 대선에도 적용된다. 2007년 이명박후보의 ‘경제 살리기’와 ‘세금 폭탄’ 프레임에 정동영후보는 무력했고, 결국 대선막판 정 후보는 종부세 완화를 약속하며, 상대 프레임을 더욱 강화해 주었다.

2012년 선거 역시 프레임은 매우 강조된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지도자라는 자신의 상품성을 살리면서 정권교체를 넘은 ‘시대교체’와 ‘준비된 정권’을 프레임화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박정희 대 노무현’에 이어, ‘이명박근혜’, ‘정권교체인가 정권연장인가?’ 등 ‘대결적 프레임’을 강력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프레임은 레이코프의 생각에선 다소 벗어난다. 성공한 캠페인을 보면 ‘애국’, ‘경제살리기’ 등 다들 좋은 말들이다. 공격이 어렵다. 이 프레임을 공격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메시지를 강화해줄 뿐이다.

이런 프레임에 바탕하여 박근혜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약속,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메인슬로건으로 썼다. 문재인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 사람이 먼저다’를 썼다.

경험적으로 대선슬로건엔 두가지가 담겨있어야 한다. 첫째는 지난 주에 피력했던 ‘내가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와 대통령으로서의 필연성(legitimacy)이 함축돼야한다. 둘째는 상대후보를 제압하는 전략적 고려, 즉 ’상대는 문제가 있는 후보, 나는 유능한 후보’임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문후보의 "사람이 먼저다"는 자기 규정적이고 다소 정파적이다. 경선엔 자기세력 끌기에 맞지만, 본선엔 어울리지 않다. 박 후보 캠페인에서 보이는 "준비, 약속"의 단어 뒤엔, 준비 안된, 오락가락한, 불안한 네거티브가 숨어 있기에 더욱 힘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2017년의 프레임전쟁이 본격 시작되었다. 문재인 후보를 필두로 더불어민주당후보들이 여론조사상으로 압도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매우 높아보인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더불어민주당과 최종 경선 승자는 ‘정권교체 프레임’으로 바로 달려갈지 모르겠다.

현재 적폐청산, 세월호진상조사,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수사 등 대결지향적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통령선거는 ‘미래를 뽑는 선거’다. ‘최순실프레임’, ‘탄핵프레임’, ‘분노프레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위의 ‘미래’프레임이 준비되어야 한다. 국민은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권이냐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능한 정권, 무능한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갈 만한 ‘유능한 정권’, ‘유능한 대통령’을 원한다.

레이코프는 정치에서 가장 상위의 프레임은 도덕성이며, ‘긍정의 언어로 도덕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라이앵글 전략, 즉 진보, 보수 진영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상위의 긍정메시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진보, 보수진영 할것없이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긍정의 메시지를 갖고 국민들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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