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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시민이 희생감수하며 트램 선택한 배경

[이재영의 리옹리포트] 대중교통혁신, 시민의견 반영된 밑그림부터

이재영 전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부단장2017.03.28 14:38:21

트램 성공하길 원한다면, 종합계획이 먼저
리옹시민이 도시개조를 선택한 배경

시민들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지혜롭다. 시민수준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던 철없는 공직자도 있었지만 시민수준은 높고 또한 합리적이다.

▲이재영 전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부단장.

앞선 연재에서 리옹시가 트램사업을 통해서 대중교통 이용승객이 5년간 27% 늘었고, 자동차대수가 11% 감소했으며 도심이 되살아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를 몇몇 전문가와 리옹시 공무원이 만들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필자가 확인한 대강의 스토리는 이렇다.

리옹시가 대중교통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엄청난 사업비를 들여서 지하철을 4호선까지 건설하고 버스정책도 추진해 봤지만 대중교통 이용객은 오히려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동차가 10년 사이에 38%가 증가해 도시의 대기오염과 주차문제는 날로 심각해졌다. 마침내, 리옹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졌고 대중교통협의체인 시트랄(SYTRAL)에 모여서 대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사라졌던 트램을 다시 도입해 대중교통정책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 동안 도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다른 교통수단에 대한 대책없이 오롯이 전철만 도입하면 교통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행착오에 대한 뼈아픈 반성도 함께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접근방법을 달리해 밑그림을 먼저 그리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대중교통종합계획(Sustainable urban mobility plan)이었다. 여기까지가 시와 정책가들이 결정한 사안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즉, 지금의 모습을 있게 한 방법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묻기로 했던 것이다.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리옹역 앞 트램 정류장 모습.

"트램을 중심으로 해서 대중교통을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다음 3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리옹시 정책당국이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 상태유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트램을 도입하면 교통이 혼잡해질 것이라는 자동차 이용자들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트램만 건설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그대로 둔 채 도로에 트램만 설치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세 번째 시나리오는 도시얼굴을 뜯어고치는 도시 대개조다. 트램 도입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도록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자동차간 균등한 공간분할을 원칙으로 도시를 대개조하자는 구상이다.

놀랍지 않은가? 트램의 도입 여부보다 정작 중요한 것을 “어떻게”라는 방법론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럼에도 사실, 리옹시 정책당국은 두 번째 답을 예상하고 추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시민들이 세 번째 시나리오을 선택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도시의 강력한 변화가 수반되는 것이고 변화에 따른 일정부분 인내와 희생이 필요한 대안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책의 시행용이성을 1순위로 치는 정책당국자보다 시민들은 조금 어렵지만 효과가 있는 시나리오를 원했던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의미를 교통관점에서 풀면 이렇다.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행은 '단말 통행(보행, 자전거, 혹은 택시)+대중교통수단'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대중교통 수단만을 개선하고 단말통행을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거나 대중교통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단말통행과 대중교통 둘 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고 결국은 전체적인 통행환경 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이 중요한 원리를 시민들은 알고 있었고 오히려 정책당국을 채근했으니 서두에 밝힌 '시민의 지혜'를 다시 깨닫게 한다.

리옹은 이런 과정을 거쳐 약 20억원을 들여서 지난 1997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되었고 비로소 트램사업을 시작했다.

트램, 분명히 괜찮은 시스템이다. 성공 사례도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트램만 건설하면 모든 효과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밑뿌리와 환경을 보지 못하고 유럽의 자전거 전용도로만을 모방건설해 실패했던 자전거정책의 시행착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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