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지 않는 일을 마땅하다고 진언하기가 싫어서였다. 그런 와중에 한 중신이 입을 열었다.

“대왕마마의 뜻이 그러시다면 중용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허나 아직은 충분히 그를 알 기회가 없었던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를 검증한 뒤 중용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되옵나이다.”

진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른 신하 한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거들었다.

“그러하옵나이다. 우리는 지금 적국 한나라를 치려고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이옵니다. 그런데 한나라에서 온 사신을 충분한 검증 없이 중용한다면 이 또한 사리에 맞지 않다  되옵나이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그를 충분히 검증한 다음 그를 중용함이 마땅하다  되옵나이다.”

진왕이 중신들을 둘러보았다. 말을 하지 않는 이들도 그들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물론 시기하는 눈빛이 선연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경들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내 그렇게 하겠소.”

이때 이사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

“삼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자를 등용해서는 절대 아니 되옵나이다.”

그의 말투는 단호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중신들도 그의 말을 뜻밖이라고 여겼다.

도리어 자신들이 등용을 반대하고 이사가 적극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 반대였다. 모든 시선이 이사에게 쏠렸다.

“그대와 한비자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오?”

진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맞사옵니다. 저는 순자의 문하에서 한비자와 동문수학한 오랜 친구입니다. 그의 모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처지이옵니다. 동문수학하며 한솥밥을 먹고 잠자리를 같이했으며 같은 책을 나누어 읽었사옵니다. 그러기에 안 된다고 말씀을 올리는 것이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오?”

진왕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한비자는 똑똑하지만 믿을만한 사람이 못되옵니다.”

편전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되다니?”

“대왕마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는 한나라의 공자로 왕실의 종친이옵니다. 그런 자가 자국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타국의 이익을 돌보겠사옵니까? 그가 이번에 우리나라를 찾아온 것도 본심이 아니라 우리를 이간질시키기 위함이옵니다.”

진왕은 그렇다 해도 한비자의 인물됨으로 미루어 이사의 말처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표정이었다.

이를 감지한 이사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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