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이른바 ‘U턴(U-Turn) 입학생’수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7학년도 전문대학 입시결과에 따르면 전국 137개 전문대 중 118개 대학에 4년제 대학졸업자 7412명이 지원해 1453명이 등록했다. 2012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전문대에 재입학하거나 석·박사를 마치고 전문대로 유턴한 경우도 있었다.

전공별 지원현황도 항공관련이 28대 1로 가장 높았으며 종합예술분야의 실용음악, 응용예술, 간호 보건 등이 평균 10대 1 이상을 기록했다. 대졸자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한 결과로 취업하는데 있어 학위보다 실무능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직이 잘 된다는 이유로 직업교육훈련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을 찾거나 고교 진학을 아예 마이스터고로 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20대 청년층의 인적특성별 취업현황'만 봐도 전문대 졸업생이 구직에서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고 구직자 대비 취업률도 높았다. 전문대 졸업생은 구직등록에서 취업까지 평균 108.5일이 걸려 4년제 대학 졸업자(112.3일)나 고등학교 이하 졸업자(113.9일)보다 짧았다. 구직자 대비 취업자 비중도 대졸 이상 68.8%, 고졸 이하 61.3%에 비해 전문대 졸업생은 74.9%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문제는 취업의 질이다. 전국적으로 전문대 취업률은 2013년 67.9%에서 2014년 67.8%, 2015년 69.5%로 높아졌지만 3개월 간격으로 조사한 취업유지 비율을 보면 1차 88.1%에서 2차 81.4%, 3차 73.2%, 4차 68.5%로 떨어진다. 반대로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들은 취업은 어렵지만 유지취업률은 전문대학이나 기능대학보다 높다. 유지취업률이 높을수록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는 의미다.

전문대나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조기 취업에 성공했어도 직장 내 학력 차별과 열악한 근무조건, 낮은 처우를 견디지 못해 이직한다는 이야기인데 중소기업에 취업한 직업계 학교 출신들의 고용보험 가입비율이 줄어드는 것도 취업 질이 낮다는 반증이다. 취직을 위해 전문대에 재입학 했는데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파트타임 등을 전전한다면 더 큰 사회적 문제다. 표면적인 '반짝 취업률'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일자리의 질적 조건과 사회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교육부 폐지부터 반값 등록금, 지방대 육성, 비리·부실사학 처리 등의 공약을 내놓지만 정작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선거 때마다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 공약은 나왔지만 어느 정권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논술 도입과 자사고 및 특목고 양산으로 사교육과 대학 서열화를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국가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학력중심주의와 서열주의를 타파하고 공부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 청년의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석·박사까지 마치고 전문대에 재입학하고도 원하는 일자리를 못 찾는다면 우리 교육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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