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YTN뉴스 화면 캡처.
우리나라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할 임기 중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구속된 처지가 되었다.

‘박근혜 구속’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어느 시점부터는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잡혀 있었다. 최순실 씨를 비롯한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국내 최대 재벌 오너까지 공범으로 수감되면서 이 사건의 ‘몸통’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여론도 구속해야 한다는 쪽이 많았다. 죄도 죄지만 그의 태도에 국민들은 더 실망했다.

사건이 터진 후 그는 한 번도 국민들에게 성의 있는 해명을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대통령직이 걸린 탄핵재판조차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굽힐 수는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자신의 말대로 언론한테 ‘엮인 것’이라면 억울함을 해명하고, 잘못이 사실이면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판사 앞에서는 달라졌다. 그가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의문이 하나 더 늘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이러다가 대통령님도 정말 구속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준 사람이 박 대통령 주변에 몇이나 있었을까? 누군가 상황의 심각성을 일찍부터 제대로 말해주었다면, 그래서 자신의 구속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뒤늦게 판사 앞에 달려왔을까?

자신의 구속 문제에 초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주인공이 전직 대통령이고 일이 이 정도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영장 심사 대응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얘기조차 해줄 사람이 있었을까? 더구나 그 스스로는 절대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에선 누구라도 구속의 ‘구’자도 못 꺼냈을 것이다. 자신의 구속 여부가 걸린 문제에조차 ‘소통’이 얼마나 됐는지 의문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실정법상으론 부패와 권력 남용의 문제지만 ‘심각한 불통’이 근본 원인이다. 대통령이 대기업한테 돈을 걷을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질 때 누군가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어야 하고 대통령은 경청했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과 고난을 벗 삼을 사람들과만 함께하려했다. 그건 소통이 아닐뿐더러 명분 없는 고난은 함께 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조차 거리를 둘 정도로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국민들이 부패 걱정은 크게 안했던 대통령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부패의 늪으로 빠지게 되었는지, 문화 체육계의 권력 남용 인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등을 국민들은 제대로 알아야 하고, 알 권리가 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겪었다는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선인 신분이던 박 전 대통령은 일면식도 없던 그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에서 저를 지지한 젊은이들, 특히 문화예술인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포용하고 함께 갈 생각이다. 문화예술계 반대자들을 끌어안아 달라”고 했다 한다. 그러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부임한 이후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유 장관도 쫓겨났고 대통령 자신까지 구속되고 말았다.

권력의 문제는 곧 측근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측근의 말을 쓰고 안 쓰고는 대통령 자신에게 달렸지만 그래도 누구를 측근으로 쓸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소통을 못하면 권력자 주변에는 도움보다는 해가 되는 측근들만 꼬이게 된다. 나라 일은 대통령 주변에 누가 있는지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권력의 불통은 나라를 망치고, 권력이 아끼던 측근들을 망치며, 끝내는 권력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누구보다 지금 권력을 위해 뛰는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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