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진왕은 자신이 6국을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명쾌한 결단력이 필요했다.

“고분고분해 질 것이다. 왜 그렇다고 보시오?”

“한나라에서 화친을 위해 보낸 사신을 대왕마마께옵서 죽였다는 것은 더욱 강력한 정벌 의지가 있음을 내보이시는 것이옵니다. 그러면 한나라 왕은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며 신하들은 더욱 자중지란에 빠져 국력이 약화될 것이옵나이다. 그때 한나라를 거두심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진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다면 우선 한비자를 옥에 가두고 더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소.”

진왕은 한비자를 운양 옥에 감금하도록 명했다.

하지만 진왕은 아무리 이사의 진언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판단으로는 사신으로 온 한비자를 죄 없이 죽일 수 없었다. 또 그토록 훌륭한 인재를 가벼이 없앤다는 것은 국가의 큰 손실 이었다. 더욱이 장차 대제국을 건설해야 하는 마당에 굵은 기둥을 뽑아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점은 동의할 수 없었다. 못마땅했다.

진왕은 한비자를 일단 옥에 가두고 동태를 살핀 뒤 그가 충심으로 행동했다면 중용 할 마음이었다.
한편 객관에 머물고 있던 한비자는 자신이 지독한 말더듬이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진중하게 이야기를 들어준 진왕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릇이 그만하다면 진왕을 위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화의 순간을 돌이킬수록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한비자가 아침 산책을 마치고 막 객관으로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한 무리의 군사들이 객관에 들이닥쳐 한비자를 찾고 있었다.

“한나라에서 온 사신 한비자란 사람이 여기 있소?”

군사들은 각 방을 뒤지며 물었다.

“내가 한비자요. 어찌 나를 찾는 게요.”

한비자는 군사들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군사들이 창을 들이대며 그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끌고 온 압송마차에 태웠다.

“뭐뭐뭣들 하는 게요. 나나나는 한나라 사신 한비자란 사람이오.”
병사들은 아무도 대답 하지 않았다. 다만 병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 한비자를 운양옥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만을 전할 뿐이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운양옥으로 끌려가며 자신을 압송하는 병사들에게 간청하듯이 말했다.

“이사를 만나게 해 주시오.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이오. 그는 나와 둘도 없는 친구라오.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소.”

군사들은 왕명만을 앞세울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운양으로 압송되는 동안 수차에 걸쳐 이사와의 접촉을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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