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는 진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조나라는 위나라의 국경을 지나야 했다. 그럼에도 왜 조나라를 먼저 치자는 것인지 궁금했다. 조정 중신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왕마마께옵서 한나라를 거두심으로써 위나라는 우리에게 포위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사옵나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위나라를 칠 수 있사옵니다. 하지만 위나라를 먼저 치면 이들 가운데 잔당들이 조나라와 연대하여 다시 세를 불릴 수 있사옵나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꺼번에 두 나라와 싸우는 형국이 될 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조나라를 먼저 치면 위나라는 독안에 든 쥐가 될 것이옵나이다. 그 쥐는 언제 잡아도 되기에 먼저 조나라를 치자는 것이옵나이다. 또 위나라로 하여금 조나라를 치도록 길을 열어줄 것을 요청한다면 자신들은 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안도하게 될 것이옵나이다. 조나라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위나라를 친다면 쥐를 잡는 일은 더욱 쉬워질 것이옵나이다.”

“맞는 말씀이오. 좋은 지략이구려.”

진왕은 이사의 책략에 적극 동의했다.

“그렇다면 장군은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소?”

“당연히 왕전 장군을 보내는 것이 합당할 듯 하옵나이다. 우선 위나라를 가로질러야 하는 병력이 있고 또 한나라에서 공격하는 병사가 있을 진대 이를 통합하여 지휘할만한 장수는 왕전이 적격일 듯 싶사옵나이다.”

이사의 말에 중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논리가 전혀 헛됨이 없었기에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좋소. 왕전 장군이 조나라를 치도록 하시오. 다만 이번 전투에는 과인이 직접 참관하고 싶소이다.”
진왕은 흥분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대왕마마께옵서 전장에 나가심은 옳지 않사옵나이다.”

조당의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진왕의 참전을 만류했다. 그러나 진왕은 고개를 내저었다.

“조나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요. 그래서 과인이 직접 참관하겠다는 것이외다. 과인의 결정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마시오.”

진왕 영정은 단호하게 신하들의 논의를 제어했다.

진왕의 명을 받은 장수 왕전은 위나라에 길을 열어줄 것을 요청키 위해 사신을 보냈다.

한편 위나라는 진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대책마련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전국에 군사 동원령을 내리고 창과 칼을 서둘러 만들었다. 농민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라도 싸울 것을 독려하는 방이 전국 각처에 나붙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정에서 기대하는 것에 크게 못 미쳤다. 도리어 백성들은 어디로 피난을 갈까 고민하며 피난처를 찾고 있었다.

이러던 판에 진나라에서 사신이 왔다는 전갈이 조정에 전해졌다.

“뭐라 진나라에서 사신이 왔다고?”

위 왕은 크게 놀라며 사신 맞을 채비를 서둘렀다. 전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마당에 사신이 왔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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