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도 138억원의 학교급식 입찰비리가 터졌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유령업체를 만들어 부당하게 낙찰 받은 혐의로 급식업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중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외에 부인, 직원, 직원의 어머니, 거래처 사장 등의 이름으로 7개의 유령회사를 차려 입찰 때마다 8개가 동시 응찰해 낙찰률을 높였다. 덕분에 A씨는 개업 2년도 안 돼 충주지역 초·중·고 66개 중 월평균 40~50곳에 육류와 부식을 납품하는 간판급 업체가 되었다.

학교급식전자입찰시스템(eaT)의 허점을 이용한 식재료 업체들의 전형적인 입찰비리다. 이는 지난해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전국 급식업체 2415곳과 초·중·고교 270여 곳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대전·충청에서는 15개 업체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경찰이 입찰담합이나 방해 행위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부실한 급식재료 납품을 눈감아준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학교영양사 및 납품업자 등 7명 검거했다.

2012년 학교급식에 유명 한우를 납품키로 해놓고 수입고기를 섞은 육류업자의 비리를 수사하던 경찰관이 사건을 덮고 해당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비리가 발생하자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지인들 명의로 위장업체를 설립해 중복입찰에 참여한 18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경찰은 또 학교급식 선정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거나 중복 입찰을 한 30명도 무더기 입건했다.

부산경찰은 지난해 여름 250억 원대의 학교급식 입찰을 방해한 일당 11명을 검거했고 서울경찰청도 지난해 9월 유령업체를 내세워 1200억 원 규모의 식자재를 납품한 업자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남경찰은 지난해 5월 입찰 담함 등으로 47개 업체 28명을 적발했는데 한 사람이 친인척 명의로 5개 업체를 설립해 실질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며 학교급식에 중복 투찰하는 방식으로 1084억 원의 학교급식 계약을 낙찰 받았다.

경남경찰은 경남도의회가 ‘학교급식비리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의뢰하자 87개 식자재 납품업체와 700여 초·중·고를 대상으로 수사했는데 몇 년 치 자료를 불과 5개월 만에 집중 수사해 성과를 냈다. 지난해 10월 급식 납품업체 3곳을 압수수색한지 반년이 되도록 조용한 대전경찰과 비교된다.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급식비리를 조목조목 정리해 넘겼는데 대전경찰은 감감무소식이다.

업자들은 대전지역 학교급식 빅 3를 압수했으니 중복입찰은 물론 급식업체간 투찰방해, 급식업체와 일부 영양(교)사간 부적절한 거래 의혹이 담긴 정황증거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수사가 장기화되자 적당히 덮고 넘어감으로써 애꿎은 중소업체만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어느 사장이 주변인 명의로 몇 개 업체를 가지고 영업한다는 것은 업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이야기인데 경찰만 모르는 게 아니냐고 코웃음 친다.

타 지역처럼 유령업체가 중복 입찰해 100억 가까이 낙찰 받았다는 구체적 소문들이 나오는걸 보면 대전경찰이 수사를 안 한 것은 아닌가보다. 간접납품업체와 영양(교)사, 학교, 교육청 간 유착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으니 말이다. 전국 경찰이 이미 비슷한 비리를 적발했고 업자들 스스로도 "마음먹고 털면 안 걸리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학교급식 비리가 퍼져있다. 대전경찰만 흐지부지했다가는 전국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대전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비리가 워낙 커 몸통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급식 문제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종결하려는 것인지 의아하다. 업자들은 후자 쪽으로 보는 것 같다. 전국적으로 입찰담합과 중복 입찰이 들끓는데 대전 급식만 투명하다면 이거야말로 칭찬할 뉴스다. 대전경찰은 지금이라도 학교급식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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