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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이 내놔야할 교육공약

[임연희의 미디어창] <139>

임연희 기자2017.04.18 12:16:11

5월 대선을 앞두고 대입제도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냈던 대학입시는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단골메뉴다. 교육은 교사, 학부모, 학생 등 대다수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좋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니 입시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하지만 선거 때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公約)이 헛된 약속(空約)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나랏돈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데 공약에 소요되는 구체적 재원조달 계획이 제시되지 않으면 가짜 공약이 되기 십상이다. 미래 세대를 키우는 교육공약은 투자 약속보다 추상적 가치를 던지는 경우가 많으니 애초부터 실현 난망이거나 헛공약일 가능성이 더 높다.

박근혜 정부만 봐도 0~5세 보육 및 육아교육의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하더니 누리과정(3~5세) 예산을 일선 교육청에 떠넘기는 등 보육예산 책임을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전가했다. '방과후 돌봄학교'는 대상자의 5분의 1정도만 혜택을 봤으며 ‘고교 무상교육’은 아예 흐지부지됐다. 제대로 된 공약집 하나 없이 후보등록부터 시작한 이번 대선은 유권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감별해 내야할 것 같다.

대선후보들 교육부 폐지부터 대입제도 개편 등 각양각색 교육공약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공약들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기본가치만 비슷할 뿐 교육부 폐지부터 대학 입시제도 개편까지 각양각색의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초등 6년, 중학 3년, 고교 3년의 학제를 초교 5년-중등학교 5년-진로탐색형 미래학교 2년으로 바꾸는 파격적 학제개편을 내놨고 심상정 후보는 직업계 고교의 비중을 47%로 확대하자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대학입시를 놓고도 후보들의 공약은 뒤죽박죽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대입제도의 수시모집 비중 확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심상정 후보는 수능에서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기회균등전형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자사고와 외고, 대입 논술을 폐지하겠다고 했고 홍준표 후보는 저소득층 가정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부터 취업 때까지 국가가 집중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초등학교 교육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대입제도는 교육정책의 머리와도 같다. 그러니 새 대통령이 현행 대입제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개선방안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현행 입시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고3 교사가 아니면 매년 변하는 수능 평가방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입을 치러보지 않은 학부모는 입시제도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현행 입시제도는 수능 점수가 당락에 절대적인 변수가 되는 정시와 학생부를 주로 보는 수시로 나뉘는데 수시는 크게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등이 있다. 대학마다 과목별 가중치가 다르고 요구서류도 제각각이어서 실제로는 수백 가지라는 평가다. 논란이 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생활기록부 외에 자기소개서, 소논문, 교사 추천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에서부터 저소득층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상반된 평가에는 이유가 있다. 부잣집 아이들은 학종에 대비해 수백만 원을 들여 소논문 작성 특강을 받거나 개인 컨설턴트에게 면접과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배우니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5~2016년 전국 46개 대학 신입생의 소득별 특성을 조사한 결과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45.3%가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는 국가장학금(1유형)을 받았다.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학생들이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는 반증이다.

▲19대 대선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기호순)

3년 10개월 꼴로 바뀌는 대입제도 변경 전 신중해야

이명박 정부부터 추진된 수시 확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각종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입시제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사교육비를 증가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부인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의견도 있다. 정시 중심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학원공부를 하거나 EBS 교재를 풀었지만 내신을 잘 받기 위해 학습태도가 좋아지고 자율학습, 봉사·동아리 활동, 진로교육 등 학교 내 비교과 활동도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이런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사교육을 키우는 퇴행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의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해 수험생들의 혼란이 크고 교육현장에서 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등을 고려한 것이지만 제도변경은 신중해야 한다. 고교 교사들도 '로또'라고 일컫는 예측불허의 대입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덜 다듬어진 공약으로 비친다.

후보 입장에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 비전만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게 교육제도 개혁이며 그 중에서도 입시제도 개선은 반응이 빠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입시제도를 들고 나왔지만 교육환경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교육시장만 키웠다. 해방 이후 70여 년간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3년 10개월에 한번 꼴로 바뀌었는데 여전히 문제가 많은 이유는 본질은 외면한 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제도만 조삼모사(朝三暮四)했기 때문이다.

수시냐 정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교육 탄탄하게 세워야

대입제도를 바꾸는 주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학생을 뽑아 잘 가르치는 주체는 대학이다. 정부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감시하면 된다. 수시냐 정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 스스로 잠재력 있는 인재를 알아서 발굴해 갈 수 있게 공교육을 탄탄하게 세우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대통령은 대입제도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변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문재인 후보의 말처럼 ‘부모의 지갑 두께가 자녀의 학벌과 직업을 결정할 수 없게'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대통령의 능력이다. 사교육에 지갑을 열 수 없는 부모들을 위해 소외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늘리는 등 교육재정을 확대함으로써 공교육 정상화의 길을 여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다. 입시제도를 바꾸겠다는 즉흥적 공약보다 공교육을 살리는데 수백조원을 투자해 교육혁명을 이루겠다는 약속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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