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진상규명 전제, ‘밀실 채용구조’도 개혁해야

지난해 10월 대전세종연구원 개원식 당시 모습. 자료사진

대전·세종의 싱크탱크인 대전세종연구원이 연구위원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본보 의혹제기 보도 이후 대전과 세종의 시민단체까지 나서 특혜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그 누구도 책임 있는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대전시와 세종시는 물밑에서 여러 논의를 진행했다. 연구원 감사직을 맡고 있는 세종시 정책기획관이 나서 일단 의혹이 제기된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점이 확인되면 대전시 감사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세종시측은 연구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대전시가 처음부터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뜨거운 감자’를 대전시에 떠민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직후, 연구원이 내부감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외부인인 연구원 감사가 조직 내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특혜채용 문제를 속속들이 파고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럴만한 강력한 의지도, 실질적 권한도 없어 보였다.

공은 이미 대전시로 넘어왔다. 이제 대전시는 감사에 착수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대전시 또한 연구원에 대한 감사를 달갑게 받아들일 리 없다.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진 특혜채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전시 또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 없이 허울뿐인 감사에 나설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니 적당히 눈을 감아주자는 ‘내 식구 챙기기’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경우 연구원의 굳어진 채용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심사위원 선정에 대한 내부규정도 없이 심사위원 제척사유 등을 연구원장 홀로 판단하고, 연구원장이 심사과정에 직접 참여한 뒤 “양심에 따라 진행했다”고 말하면 그 뿐인 채용이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원 특혜채용 의혹보도 이후, 그동안 연구원 채용과정에 상당한 ‘정무적 힘’이 작용해 왔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지역인사들이 암암리에 인사청탁을 벌였고, 개중엔 실제 반영된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상당한 시일이 흐른 지금,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연구원의 이번 특혜채용 의혹은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 대전시가 언론과 시민단체의 진상규명 요구를 ‘책임자 처벌’로만 이해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불똥이 더 크게 튈 수도 있다.

진상규명을 전제로, 대전시는 누군가의 독단이 개입될 수 있는 연구원의 허술한 채용구조까지 손봐야 한다. 심사위원 선정에 대한 뚜렷한 규정, 힘 있는 외부자의 청탁이 개입되기 어려운 투명한 구조,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심사위원 제척사유 등의 명문화 등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적폐는 경종이 울릴 때 스스로 도려내는 것이 맞다. 의왕의 독방에 갇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단순한 진리를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폐는 청와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도,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당장은 아프더라도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 지금은 권선택 대전시장의 결단에 눈과 귀가 쏠려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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