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라는 어쩔 도리가 없어 군사력을 북방의 흉노 막기에 투입시킨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기원전 236년에는 연나라를 침공하여 상당한 영토를 확장했다. 당시 조왕은 흥분한 나머지 조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연나라 북쪽 깊숙이 침공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너무 깊이 병사들이 들어가는 바람에 회군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조나라의 전세를 놓칠 리 없던 진나라는 왕전장군을 보내 텅 빈 조나라를 공략하여 10개성을 빼앗고 말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뒤 진나라는 장수 환기를 보내 조나라의 의안 지역을 확보했다. 

이에 격분한 조나라는 북방을 지키고 있던 명장 이목을 불러내려 환기를 대적토록 했으며 결국 진나라 장수 환기는 이목과의 전쟁에서 대패하여 도망가고 말았다. 

다음해에도 진군이 번오 지역을 공격했으나 여전히 이목에게 당해 패하고 말았다. 조나라의 침공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명장 이목을 없애는 것이 진나라의 승리였다.

진왕은 돈약으로 하여금 조나라 군신 간에 이간질을 벌이도록 밀명했다.

돈약은 조나라 권신 곽개를 황금으로 매수하여 그로 하여금 이간질에 앞장서도록 했다.

한편 진나라 변방에서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왕전 장군은 사신의 파발을 접하고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는 혹여나 위 왕이 간책을 부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정탐 병을 보내 위나라가 정말 깨끗이 길을 열었는지 파악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정탐병마다 길이 훤히 열려 있음을 고했다.

조나라를 멸할 기회가 온 것이었다.

우선 왕전은 한나라에서 진격을 준비하고 있던 부장에게 작전 명령서를 전했다. 자신은 위나라를 가로질러 조나라를 칠 것이며 한나라에서 출격하는 장수는 조나라를 옆에서 치도록 했다. 협공을 통해 한단을 함락시킬 계략이었다.

드디어 군단 앞쪽에서 나팔소리가 울렸고 이어 검은 갑옷으로 치장한 병사들이 조나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흙먼지 속에 검은 개미떼처럼 이글거리는 병사들의 걸음소리가 지축을 진동시켰다. 
진왕은 한 무리의 호위병에 둘러싸여 왕전의 뒤를 따랐다.

“장군은 이번 전쟁이 어떠할 것 같소?”

진왕이 물었다.

“대왕마마. 이번 전쟁은 큰 어려움 없이 승리할 것이옵나이다. 위나라가 길을 열어 주었으니 더더욱 그러할 것이옵나이다. 한나라에서 한단을 치고 소신이 위나라 국경을 넘어 한단으로 밀고 들어가면 필시 조나라는 백기를 들것이옵나이다. 염려를 거두시옵소서.”

“그럴 테지요. 왕전장군이 앞장을 섰는데 어떤 나라의 병사들인들 사족을 제대로 써보겠소.”
진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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