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맞아 두번째 시집 '오늘' 발간

대전역 앞길 사람들 물결/부딪고 휘모는 가장자리/세월의 두꺼운 맷방석/깔고 앉은 까만 눈 할머니

쑥 달래 씀바귀/돌미나리 나싱갱이…/봄 내음 펼쳐 놓은 바구니//밭두렁처럼 골진 얼굴/작은 쇠갈퀴 닮은 손/스치는 이들 손길 쌓였는데

건너편 빌딩숲 길어진 그림자/해거름에 움츠러드는 몸짓/울상 짓는 무릎 앞 봄의 요정들. <봄 내음과 할머니> 전문

전의수 전 대전시 자치행정국장
지난 2007년 퇴임한 전의수 전 대전시 자치행정국장이 시인으로 변신한 후 두번째 시집 '오늘'을 펴냈다.

공직에 있으며 산문집 '사막을 걸어온 발자국'을 출간한 전 시인은 2012년 월간 '시사문단'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시로 등단했고 2016년에는 계간 '대전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은 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0일 동안 시 형식의 일기를 쓴 것을 엮은 것으로 시집 제목처럼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건강을 유지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전 시인은 "나이가 들면서 하루하루가 무척 소중하게 여겨져 세상을 '천천히, 느리게' 살아보기로 다짐했다"며 "말도 행동도 느리게 하며 나이에 걸맞게 여유로운 생활을 습관으로 길들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달 초 칠순 생일을 지낸 그는 "호주로 이민 가 살고 있는 둘째 딸네 가족 등 곳곳의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하기에 설익은 과일같은 시집을 내놓게 되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면서 새 시집을 낼지 장담할 수 없는 인생이니 작년에 시작한 수필 공부를 열심히 해 수필집도 한 권 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전의수 시집 오늘
시와 수필을 여생의 동반자라고 한 전 시인은 "손에 연필을 들 수 있는 한 시 일기를 쓸 것"이라며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수필로도 엮어 쓰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는 "나이 들어 주변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기와 글쓰기"라며 "머리를 많이 쓰면 많은 노인들이 두려워하는 치매도 예방된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전 시인은 2년만에 내놓은 시집에 대해 "시로 쓴 일기를 선별한 것이라 다소 어설플 수 있을지 몰라도 작품 하나하나가 나의 분신이고 내 숨결이 녹아 있는 삶의 족적"이라고 밝혔다.

전 시인은 충남 천안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천안중, 천안농고를 졸업한 후 1968년 경기도에서 9급 지방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 놓았다.

대전시에서는 시정과장, 지방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중구 총무국장, 문화체육국장·자치행정국장, 상수도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 2월 명예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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