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35>20세기 초의 병실

이승구 선병원재단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

존 레이버리 경(Sir John Lavery, 1856-1941)은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와 파리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글래스고 보이즈(Glasgow Boys)’라는 예술가들의 모임에서 활동했다.

이후 빅토리아 여왕 기념 및 수차례의 국제 미술 전시회에서 섬세한 전쟁 그림 묘사로 유명해졌다. 1918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는 영예를 얻었다.

그림1은 1914년의 런던병원이다. 군 부상병들의 입원 병동을 묘사했다.

강당같이 크고 넓은 병실에 병상이 셀 수 없이 많다. 침대 위에는 현재에도 일부 병실에서 사용되는, 환자의 머리와 상체만을 일부 가릴 수 있고 쉽게 칠 수 있는 도르래 식 커튼이 있다.

정면에는 큰 영국 국기가 게양돼 있어 부상병들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한다.

천정에는 커다란 회전 선풍기가 돌고 있고 보호자들이 꽃병에 꽃을 꽂고 있다. 일부는 환자 곁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데, 당시에는 허용되었을 병실 내 흡연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강당형 대형 병실은 요즘에도 오래된 영국의 대형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The First Wounded(1918)’ 존 레이버리 경, 영국 던디 시 갤러리.

스웨덴 스톡홀름의 화가 힐딩 룬퀴스트(Hilding Lundqvist, 1891-1984)는 디자이너에서 화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스웨덴 미술가들의 특성대로 주제 표현을 쉽게 하고 있다. 또 어린이다운 단순한 화풍으로 유명하다.

그림2는 1920년대의 스웨덴 병실이다. 영국풍의 넓은 강당형이고 복잡한 실내장식 없이 극히 단출하다.

사망을 앞둔 중증 환자 앞에서 주치의가 기도드리고 있고, 젊은 의사는 검사물이 든 튜브를 들고 있다. 뒤의 검은 옷의 보호자도 엄숙하고 두 명의 수간호사는 꼿꼿이 서 있는데, 다른 두 명의 젊은 간호사만이 일을 거드는 것으로 보아 당시 스웨덴 의료 기관의 경직되고 엄격한 규율의 회진 방식으로 보인다.

‘Hospital WardⅡ’(1920) 힐딩 룬퀴스트(Hilding Lundqvist),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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