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기쁨은 적장의 머리를 베고 승리하는 일과 전장에서 참아온 회포를 마음껏 푸는 것이었다. 때문에 왕전은 들판을 달려온 들개처럼 그녀를 물고 뜯고 할퀴고 짓이겼다. 때로 광야를 가로질러온 바람처럼 메말랐으며 다른 한편 평야를 굽이치는 강물처럼 느긋했다.

영빈은 이를 앙다물고 왕전의 손길을 피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식 속에서는 그를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의 거친 행동에 도리어 몸이 반사적으로 열리며 힘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고운 얼굴과 살빛이 이내 거친 사내와 동화되어 조왕과의 관계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사실 나약하기 이를 데 없던 조왕과 정을 나눌 때와는 전혀 다른 감이었다. 조왕이 연약한 약초라면 왕전은 강인한 들풀이었다. 조왕이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이라면 왕전은 거친 파도를 일구며 밀려오는 장강이었다. 조왕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라면 왕전은 산야에 뿌리를 내린 굵은 소나무였다.

영빈은 오랜만에 느끼는 환희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조왕의 애틋한 사랑도 잊어버렸다. 왕전의 드넓은 가슴과 근육질의 몸, 그리고 조금은 거친 피부만이 자신의 미래를 열어줄 희망이었다.

그녀는 사내에게 흠뻑 취해 오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었다.

조나라를 치고 돌아온 진왕은 크게 격앙되어 있었다.

출병한지 얼마지 않아 한나라와 조나라를 손에 넣었으니 나머지 남은 나라들도 책략만 제대로 세운다면 멸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장수들을 격려하고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때 태후궁에서 비보가 날아들었다.

“대왕마마. 태후마마께옵서 위독하시다는 전갈이옵니다.”

내관 조고가 대전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뭐라 태후께서?”

진왕은 용상에서 일어나 태후궁을 넘어다보았다. 구중궁궐 저 멀리에 태후궁의 지붕이 보였다.

“채비를 서둘라. 내 임종을 지켜보리라.”

그길로 진왕은 다급히 태후궁으로 향했다. 하지만 태후궁이라고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진왕이 태후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태후가 숨을 거두고 난 뒤였다. 나인들의 곡소리로 요란했다.

진왕은 태후전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한참동안 사념에 잠겼다.

여불위의 애첩으로 살다 자신을 몸에 담고 선왕 자초에게 시집왔던 일이며, 조나라에서 갖은 굴욕을 당하며 자신을 키운 날들이 영상처럼 스쳐 지났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