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왕은 어머니의 손을 더욱 거세게 잡으며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노애와 정분을 쌓아 자식을 둘씩이나 낳고 그것도 모자라 노애가 반란을 일으키려할 때 그것을 묵인했던 일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았다.

게다가 선왕의 왕후로 있으면서 문신후 여불위와 정을 통하며 섭정했던 시절이 스치자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어린 자신을 돌보기는커녕 도리어 권력의 중심에 서기위해 자신을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어머니. 그때는 어머니가 아니라 정적이었다. 그래서 유독 정이 나지 않았다.

뇌리를 스치는 사건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담겨있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눈앞에 누워있질 않는가. 그래도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였으며 오늘이 있도록 한 장본인이었으므로 감정을 억눌렀다.

아니 통일제국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로서는 더 이상 어머니의 정에 이끌려 머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도 없었다.

답답한 가슴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물렸다.

조고는 진왕을 뒤따르며 동정을 살폈다.

진왕이 태후를 궁에 감금시켰던 만큼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난감했으므로 진왕의 입에서 어떤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렇다고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겁게 걸음을 물리고 태후궁을 나선 진왕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후마마의 장례를 관례에 따라 후하게 치르도록 하여라.”

그것은 마지막 가는 어머니에 대한 진왕 영정의 애정이었다.

태후상을 치룬 진왕은 내친김에 주변국 정복에 박차를 가하기로 결심했다.

진왕은 조정 중신들과 그 문제를 숙의했다.

“다음은 위나라를 거두어야 겠구만. 경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진왕이 먼저 화두를 던졌다.

그러자 중신들이 지난번 회의에서 이사의 충언에 따라 다음은 위나라를 치기로 했던 만큼 그렇게 하는 것이 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사의 생각은 달랐다.

“대왕마마. 위나라는 독안에 든 쥐가 되었사옵니다. 그것을 거두는 데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사려 되옵나이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나라를 치는 것이 좋겠소?”

“소신의 생각으로는 연나라를 치는 것이 합당할 줄 아뢰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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