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항 중도·보수 겨냥 우클릭 전략, 지지율 변화 패턴 '닮은꼴'

주가를 올리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패턴과 흡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 지난 2015년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던 안철수 후보가 주최한 경제와 복지 관련 좌담회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지난 17일 공식선거운동 전후로 현실화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한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서기도 했던 그의 지지율은 열흘 만에 쑥 빠져 되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정권 안까지 들어갔다.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문 후보의 추격에 숨이 차는 모습이다. 민주당 경선 때 문 후보 대항마로 나섰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중도·보수 지지받다 정체성 논란에 지지율 하락..안 지사와 '흡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를 받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0명을 대상으로 24~26일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지난 주 대비 5.6%포인트 빠진 22.8%를 기록했다.

문 후보도 2.3%포인트 빠지긴 했지만 44.4%로 선두를 유지했다. 두 후보 격차는 21.6%포인트. 더블 스코어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보는 정치학자들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안 후보 지지율은 기존 중도 지지층의 보수표심이 옮겨와 있던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후보등록을 기점으로 조정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특히 안 후보와 그의 아내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이 펼쳐지면서 안 후보의 보수지지층이 흔들렸고,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강한 홍준표 후보로 보수표심이 이동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TV토론회에서도 문 후보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기는커녕 중도와 보수, 진보라는 이념의 딜레마에 오락가락했다.

집토끼 놓치고 산토끼 매달리다 '패착'..과감한 결단 내릴 때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대선 후보 주간·일간 지지율 변화표. 리얼미터 홈페이지.
이와 유사한 현상은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당시 문 후보와 대등한 승부를 벌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패턴과 흡사하다. 선거 전략에 있어서도 안 지사는 집토끼를 붙잡고 있던 문 후보와 달리 이렇다 할 대권 후보가 없던 중도 지지층을 겨냥했다.

‘대연정’이란 승부수로 산토끼 몰이에 성공하며 지난 2월 초 문 후보와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까지 좁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산토끼들에 호응을 얻은 ‘대연정’ 제안은 ‘선의논란’과 맞물려 집토끼들의 끊임없는 네거티브에 시달렸다.

9차례 걸친 TV토론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보니 추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지율은 조정을 지나 점차 하락했다. ‘고정 팬’이 없던 안 지사는 경선 결과 당내 막강한 조직과 세를 갖춘 문 후보에게 힘 한번 쓰지 못하고 1회전에서 무너졌다.

지금 안 후보가 지닌 딜레마 역시 안 지사의 그것과 같은 지점에 서 있다. 안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안 지사에게 머물던 ‘임시 팬’들은 안 후보에게 쏠렸다. 문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은 수직상승했다.

安, 우클릭 대신 정면돌파로 '자강' 확보해 승부 걸어야 

안 후보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우클릭 전략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로 정면돌파 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 지난해 11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정국 정상화 방안 모색을 위해 마련된 야권 대선 잠룡들의 시국정치회의에 참석한 안 지사와 안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역시 산토끼와 집토끼를 하나로 묶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는 단순히 사드배치와 관련해 안 후보와 당론이 배치된 데서 오는 좌우(左右)의 이념 문제와는 다른 성질이다.

궁극적으로 안 후보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과거보다 ‘미래’와 ‘4차 산업혁명’ 등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적 캐릭터를 당당히 꺼내 보였을 때 ‘자강(自强)’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거 막판 ‘문재인’이란 철옹성을 깰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문 후보 측은 불과 열흘 남짓 남은 선거운동 기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만한 패착만 일으키지 않는 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안 후보에게는 아직도 열흘이 넘는 시간과 2번의 TV토론이 남아있다. 3자 후보단일화라는 변수도 있다.

안 지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조직이 강한 문 후보에 맞서 정공법(正攻法) 대신 우(右)클릭을 택했다. 최근 안 후보도 중도·보수층 표심을 다지기 위해 ‘북한 주적’ 논란에 뛰어드는 등 안보 이슈에서 우클릭 한 것이 패착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가 안 지사와 ‘평행이론(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을 만들지 않으려면 우회노선 보다 정면 돌파 시도가 최선일 수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