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항 중도·보수 겨냥 우클릭 전략, 지지율 변화 패턴 '닮은꼴'
한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서기도 했던 그의 지지율은 열흘 만에 쑥 빠져 되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정권 안까지 들어갔다.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문 후보의 추격에 숨이 차는 모습이다. 민주당 경선 때 문 후보 대항마로 나섰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중도·보수 지지받다 정체성 논란에 지지율 하락..안 지사와 '흡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를 받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0명을 대상으로 24~26일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지난 주 대비 5.6%포인트 빠진 22.8%를 기록했다.
문 후보도 2.3%포인트 빠지긴 했지만 44.4%로 선두를 유지했다. 두 후보 격차는 21.6%포인트. 더블 스코어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같은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보는 정치학자들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안 후보 지지율은 기존 중도 지지층의 보수표심이 옮겨와 있던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후보등록을 기점으로 조정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특히 안 후보와 그의 아내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이 펼쳐지면서 안 후보의 보수지지층이 흔들렸고,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강한 홍준표 후보로 보수표심이 이동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TV토론회에서도 문 후보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기는커녕 중도와 보수, 진보라는 이념의 딜레마에 오락가락했다.
집토끼 놓치고 산토끼 매달리다 '패착'..과감한 결단 내릴 때
이와 유사한 현상은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당시 문 후보와 대등한 승부를 벌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패턴과 흡사하다. 선거 전략에 있어서도 안 지사는 집토끼를 붙잡고 있던 문 후보와 달리 이렇다 할 대권 후보가 없던 중도 지지층을 겨냥했다.
‘대연정’이란 승부수로 산토끼 몰이에 성공하며 지난 2월 초 문 후보와의 지지율을 한 자릿수까지 좁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산토끼들에 호응을 얻은 ‘대연정’ 제안은 ‘선의논란’과 맞물려 집토끼들의 끊임없는 네거티브에 시달렸다.
9차례 걸친 TV토론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보니 추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지율은 조정을 지나 점차 하락했다. ‘고정 팬’이 없던 안 지사는 경선 결과 당내 막강한 조직과 세를 갖춘 문 후보에게 힘 한번 쓰지 못하고 1회전에서 무너졌다.
지금 안 후보가 지닌 딜레마 역시 안 지사의 그것과 같은 지점에 서 있다. 안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안 지사에게 머물던 ‘임시 팬’들은 안 후보에게 쏠렸다. 문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은 수직상승했다.
安, 우클릭 대신 정면돌파로 '자강' 확보해 승부 걸어야
그러나 안 후보 역시 산토끼와 집토끼를 하나로 묶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는 단순히 사드배치와 관련해 안 후보와 당론이 배치된 데서 오는 좌우(左右)의 이념 문제와는 다른 성질이다.
궁극적으로 안 후보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과거보다 ‘미래’와 ‘4차 산업혁명’ 등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적 캐릭터를 당당히 꺼내 보였을 때 ‘자강(自强)’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거 막판 ‘문재인’이란 철옹성을 깰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문 후보 측은 불과 열흘 남짓 남은 선거운동 기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만한 패착만 일으키지 않는 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안 후보에게는 아직도 열흘이 넘는 시간과 2번의 TV토론이 남아있다. 3자 후보단일화라는 변수도 있다.
안 지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조직이 강한 문 후보에 맞서 정공법(正攻法) 대신 우(右)클릭을 택했다. 최근 안 후보도 중도·보수층 표심을 다지기 위해 ‘북한 주적’ 논란에 뛰어드는 등 안보 이슈에서 우클릭 한 것이 패착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가 안 지사와 ‘평행이론(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을 만들지 않으려면 우회노선 보다 정면 돌파 시도가 최선일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