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41>

권선택 대전시장이 임기가 끝나는 산하기관장들을 유임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과 유재일 대전세종연구원장, 송용길 평생교육진흥원장은 8월, 이상용 복지재단 대표 9월, 이명완 마케팅공사 사장 11월, 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 내년 1월, 편광의 테크노파크 원장 2월, 남승철 신용보증재단 이사장 3월, 김근종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5월까지여서 권 시장 임기 중 9개 산하기관장이 바뀔 수 있다.

권선택 시장 임기 중 9개 산하기관장 교체 가능성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대전시 산하에는 4개 공사·공단과 10개 출자·출연기관이 있는데 인재육성장학재단은 권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고 있어 시장이 임명하는 기관장은 13곳인 셈이다. 이중 권 시장 재임 중 연임된 기관장은 이지호 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이사뿐이다. 이 대표는 전임 염홍철 시장 때인 2012년 임명된 후 연임을 통해 내년 1월까지가 임기다. 고암재단이 만들어진 후 계속 대표를 맡고 있으니 이 대표는 사실상 전임 시장이 임명한 것과 다름없다.

권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 가운데 연임은 고사하고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채용비리로 구속됐는가 하면 대전문화재단 대표는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로 자진 사퇴했다. 권 시장은 공기업 대표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공약했지만 함량 미달 인사들과 석연치 않은 임용과정으로 의혹만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수기’로 전락한 의회는 임명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좋은 인사검증시스템을 흉내도 제대로 못 낸 채 부실하게 운용했다.

이런 사람들을 기관장에 앉힌 때문인지 권 시장은 수차례 쇄신을 주문하며 임기를 보장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취임 1년만인 2015년 여름 산하기관장에게 “신상필벌은 조직의 원칙”이라며 "임기 보장을 못 한다"고 했고 지난해에도 누차 “임기를 존중하되 보장하지는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올 초에도 ‘임기 무보장’을 무기로 기강잡기에 나섰는데 이 때마다 언론은 기관장 몇 명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일부 기관장의 임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권 시장이 유임은 없다고 하자 시청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여태 그냥 두더니 왜 이제와 교체하느냐는 분위기다. 청문회까지 해가며 기용해 놓고 연임도 못 시키는 것은 애초부터 부실한 인사라는 반증이다. 정상적이라면 성과를 평가해 개별적으로 유임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 연임도 안 될 걸 어느 누가 사활을 걸고 일할 것이며 나갈 날 받아놓은 기관장이 조직에서 힘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권 시장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산하기관장을 교체하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어쩌면 직을 잃을 수 있는 권 시장으로서는 자신의 임기조차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빠르면 대선 이후, 늦어도 하반기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권 시장이 기관장 교체를 선언한 것은 시정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4월 26일 시정 브리핑에서 산하기관 인사와 관련해
기관장 교체 실효성 있는지, 무엇을 위한 교체인지 분명해야

그동안 권 시장은 자신의 재판과 시정은 별개라고 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시장의 재판은 대전시뿐 아니라 산하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시민들까지도 대전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 권 시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부실한 기관장들을 진작 교체해 기강을 세웠을 것이다. 권 시장의 임기가 최대 1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2~3년짜리 기관장들을 줄줄이 물갈이하는 것은 다음 시장에게도 부담이다.

권 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된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새 기관장으로 올 사람도 임기보장 여부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는 권 시장이 공개적으로 교체를 선언한 걸 보면 산하기관의 부실 운영과 기관장의 무능을 보다 못한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다. 권 시장의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1억 원 안팎의 연봉만 축내고 있는 기관장을 그대로 두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 시장 말대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신상필벌에 따라 유임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권 시장이 보여준 기관장 인사가 신뢰를 주지 못한 만큼 그만그만한 사람을 또다시 내세웠다가는 임기 말 시장의 무리한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임명 배경을 놓고 의혹을 살 수도 있다. 교체를 위한 교체여도 안 되지만 교체의 실효성은 있는지, 무엇을 위한 교체인지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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