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을 소각하면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나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집진시설로 대기오염을 저감시킬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이 사는 동네에 폐비닐을 태우는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가 가동된다면 주민들은 걱정일 수밖에 없다. 10만 인구의 계획도시 내포신도시 주민들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내포 신도시는 2009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2010년 8월에 집단 에너지사업이 허가되었다. LNG로 31MW, 고형폐기물로 66MW를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LNG만으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폐비닐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안에 LNG 발전시설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SRF 발전시설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50m 거리에 폐비닐 소각 발전소.. 발암물질 걱정 당연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아파트 단지와 불과 50m 거리에 있다. 주민들 걱정은 당연하다. 업체는 “대기오염 배출기준을 LNG보다 강화해 설계했다”며 대기오염 감시센터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감시하는 방법까지 강구했다. 이런 사항들을 환경부와 충남도가 인정했으나 주민들은 쉽게 믿을 수 없다.

금산군에는 폐타이어를 태워 보일러를 가동하는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인근 주민들은 빨래를 널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물론 이런 업체에게도 주민들이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당국의 허가 도장이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어떤 환경오염 시설도 정부가 안전을 보장해주고 시도가 확인 도장을 찍어주지 않은 곳은 없다.

내포 주민들의 불신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열병합발전소 사업은 신도시 조성 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할 거주민이 처음에는 없었다. 충남도는 발전소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이해관계가 적은 외곽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분당 등 다른 지역에서 추진되는 열병합발전소가 주민 반발에 부딪쳐 중단되는 것에 비하면 수월하게 진행해왔다. 내포 거주민이 2만5000명으로 늘어나면서 민원이 본격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민원인이 없이 진행되는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열병합발전소 주위가 허허벌판이어서 이의를 제기하는 민원이 없다고 해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주민들이 걱정할 수 있다는 판단까지 감안해서 추진했어야 한다. 충남도의 책임이 크다.

실무자에 책임 돌리는 도지사의 화술은 불신 키워

도지사는 담당공무원 책임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제 도청직원회의에서 안 지사는 “해당부서에서 3년간 고민했다. 동료로서 충분히 고민했을 것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청 내부 게시판에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료 공무원에 향해 던진 말이다. 담당 부서를 격려하는 모양새지만 도지사 책임을 부하 공무원에게 돌리는 화법이다.

이 사업은 해당 부서에서 전권을 갖고 고민해서 결정한 것이고 도지사는 관여하지 않은 듯한 말로 들린다. 국장급들만 모인 간부 간담회라면 가능한 농담이지만 200만 도민들에게 도지사 발언이 전달되는 전직원 회의에서는 부적절한 화법이다. 담당 부서에서 많은 권한을 갖고 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해도 도지사는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 

‘동료를 믿어달라’ 도지사 말을 재치있는 화술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충남도는 실제 행정 방식에서 이런 모습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몇 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청양군 강정리 석면 폐기물 문제도, 이런 저런 기구와 절차를 내세워 도지사 자신은 뒤로 빠지면서 나타나는 무책임 행정이다. 이런 식의 행정에서 도지사의 이상한 화법은 도정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울 수 있다.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충남도가 내줄 허가는 이미 다 내준 상태에서 뒤늦게 빚어지는 민원이다. 그러나 2만 5000명 인구가 발암물질 걱정을 안고 살아가도록 놔둘 수는 없다. 우선은 주민들이 업체와 충남도를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제라도 도지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 도지사는 도민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충남도의 ‘대표 공무원’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