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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공동체의 날’

[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2017.05.04 16:00:34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처음으로 일반계고를 대상으로 ‘공동체의 날’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매월 1일 이상을 정규수업만 실시하는 것이다. 이 날만은 매일 실시되는 방과후학습(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 동아리 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는 보통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다. 그러다 보니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현실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학부모와 교사들만이 아니다. 과연 저렇게 삭막한 삶을 그대로 놔두어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마다 개선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따라서 이 지침은 인간다운 삶을 한 달에 단 하루라도 영위해야 한다는 데 교육청도 공감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비록 현실적으로 입시 경쟁과 성적 지상주의적인 교육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지만, 교육청도 이 현실을 걱정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삶에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대전교육청 월 1일 이상 정규수업만 하는‘공동체의 날’운영

그런데 며칠 전 이 문제로 친분이 있는 교사가 답답하다며 하소연한다. 
“한 달에 단 하루라도 학생들이 행복한 날이 될 수 있어 기대가 컸는데, 그 날을 체육대회와 소풍날에 잡은 거예요. 해당부서의 담당교사가 교육청에 물어봤대요. 어떤 날을 잡아야 하느냐고. 그랬더니 교장이 자율로 선택할 수도 있지만, 체육대회 소풍날을 이용하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5월은 체육대회하는 날을 공동체의 날로 정했답니다. 앞으로도 행사 날로 정해 추진할 모양이에요. 도대체 그러면 이런 날을 왜 만들었을까요?”

교육청에 물어보는 학교나, 각종 행사에 맞춰 정하라고 하는 교육청이나 매 한가지다. 참으로 실망한 것은 교육청이 그래도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접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을 실행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청소년들이 단 하루라도 인간적으로 가족이나 친구, 교사 등과 어울려 인간적인 교류를 하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단 하루마저 학교 행사 날로 지정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소풍이나 체육대회 때는 어차피 방과후학교나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다.

이 공동체의 날을 시행하는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참으로 야릇한 것은 그 지침에서 ‘공동체의 날 참여 인증사진 전시회를 할 것’과 ‘활동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충실히 기재하라’고 한 것이다. 결국 이 공동체 행사는 인증 사진 등을 만들고 학생부에 기록하여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라는 입시 대비 작전 지침 같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교육청은 정말 입시에 목을 맨 고등학교 학부모들의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하면서도 공동체의 중요성을 학생교육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인간다움 추구하는 교육 위해 교육청 더 고민해야

그런데 입맛이 쓴 것은 어쩐 일일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처럼 보이는 이 지침은 우리 교육의 슬픈 뒷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눈에만 잘 보이기 위한 행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저 눈에 잘 보이기 위한 전시적 행정과 함께 오로지 실적을 중시하는 사고가 우리 교육 정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학교생활을 종합적으로 기록한다는 학생부에 몇 줄 기록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는 온갖 활동을 만들어내기 바쁘다. 그런 가운데 정성과 진심이 담겨야할 학생 봉사활동마저도 실적에 의존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사실 결과와 실적은 학생부의 기록에 담을 수 있지만 마음만은 어떻게 기록하겠는가?

이런 현실 속에서 공동체의 무엇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도 고민이 없다가 갑자기 무엇을 해야 한다니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 쉽게 학교 행사를 끌어다 꾸민 것이다. 결국 학생부에 한 줄 기록하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교육청이 나서는 모양새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학부모와 학생, 또는 학교가 어쩔 수 없이 입시 경쟁의 현실에 집착할지라도 교육청에서만큼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방향일 것이다. 교육청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교육을 위해 더욱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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