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대를 사로잡으려다 일을 그르쳤노라. 그대가 빼앗은 제후들의 영토를 돌려주겠다는 약조를 받아내어 태자에게 보답하려 했는데. 원통하도다.”

형가가 채 말을 끝내기도전에 진왕의 장검이 그의 목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태자 단의 계략에 의해 암살이 기도됐다는 사실을 안 진왕은 격분했다. 그는 곧이어 조정에 중신들을 모아놓고 연나라를 치는데 한시도 지체하지 말 것을 명했다.

“과인이 오늘 끔찍한 일을 당할 뻔 했소. 연나라 태자가 자객을 보냈다는 것은 용서 못할 일이오. 당장 연을 쳐서 연왕과 태자를 잡아오시오.”

진왕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이때 이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왕마마. 장수 왕전이 조나라에 있으니 지원병을 보내 연을 치는 것이 합당하다 되옵나이다.”

“좋은 생각이오. 태위는 즉시 추가병력을 왕전장군에게 보내고 그로 하여금 연을 치도록 하시오.”

“분부 시행토록 하겠나이다. 대왕마마.”

금장식과 자주빛 띠를 두르고 승상 옆에 선 태위가 허리를 굽혀 말했다. 태위는 군을 장악하고 있는 신하였다.

지원병을 받은 왕전은 물밀 듯이 연나라를 치고 들어가 수도 계성을 점령하고 아들 왕분 장군에게 달아난 연왕을 추격토록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구전이었다. 달아난 자들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요동반도까지 치열하게 밀고 올라갔지만 연왕과 태자 단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드넓은 땅을 모두 이 잡듯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왕분 장군은 일단 휘하 장수들에게 연왕을 끝까지 추격하라는 명을 내리고 함양궁에 파발을 보내 현지의 사정을 알렸다.

진왕은 전장의 소식을 접하고 사정이 그렇다면 위나라를 먼저 쳐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는 왕전과 조나라를 다녀오는 길에 위나라의 산야를 둘러보고 그 땅이 마음에 들었다.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그곳을 가로질러 황하가 흐르는 그곳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요충지였다.

때문에 진왕은 즉위 22년. 자신의 밀지를 왕전의 아들 왕분 장군에게 내렸다.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도록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밀지 속에는 “위나라를 접수하라”는 단 한마디 명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지엄한 진왕의 명이었다. 왕분은 밀지를 읽고 난 뒤 즉시 촛불에 태우고 속으로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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