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42>

“한을 품고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예지재단 전 이사장의 유족들로부터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어제 검찰 고발을 당했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인데 유족들은 “설 교육감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캠프 관계자를 예지재단 직원으로 채용할 것을 강요했다”며 요구한 5급 대신 9급으로 채용했지만 처우가 낮은 데 불만을 갖고 이 사람이 퇴직하자 재단에 대한 보복행정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이에 대해 설 교육감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 사람이 예지재단에 들어간 것 자체를 몰랐으며 보복행정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사람은 교육감 선거 당시 설 후보 캠프에서 팀장으로 일했으며 당선 직후 구성된 교육감직인수위원장의 수행비서 역할도 했다. 사실여부는 검찰 수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유족은 이력서 전달 경위와 관련 증거가 있다며 혐의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설동호 교육감 채용 청탁·국제고 전환 등 잇단 검찰 고발

취임 3년도 안 된 설 교육감은 전교조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벌써 네 번째 검찰 고발을 당했다. 아마도 대전교육감 중 설 교육감만큼 검찰 고발을 많이 당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올 초에도 그는 전교조대전지부로부터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교육청 간부를 통해 정년을 코앞에 둔 58세 전직교사를 한 중학교 행정직원으로 채용 청탁했다는 의혹이다.

전교조와 시민단체는 대성고와 대신고 등 자사고에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12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며 김신호 전 교육감과 설 교육감 등 전·현직 교육감을 2015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특혜이자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2015년 설 교육감이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국제고 전환을 추진했다며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예지재단 사태가 터진 뒤 전교조는 수차례 설 교육감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교육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 교육감의 한밭대 총장시절부터 교육감 출마 전 출판기념회 책값 후원, 당선 축하연 등 특별한 관계가 지속됨으로써 예지재단에 대한 부실 감사와 무책임한 행정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족들이 공개한 교육감 측근의 채용문제도 전교조가 지난해 이미 폭로한 내용이다.

하지만 설 교육감은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닌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채용 강요사실도 없거니와 보복행정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언론이 한쪽 말만 듣고 보도함으로써 시민들이 오해할 걱정까지 했다. 억측이 확산됨에 따라 대전교육의 수장으로서 입는 피해가 크고 선출직 교육감으로서 매번 소송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가 설 교육감 관련 의혹을 제기할 때는 보수 쪽 교육감에 대한 과도한 견제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예지재단 이사장 유족들이 교육감을 고발하자 새로운 의심들이 더해지고 있다. 더구나 전교조의 폭로 때 입을 다물었던 재단이 채용을 강요당했다고 스스로 시인한 셈이니 교육감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대전교육 수장의 검찰 조사는 학생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는 지난 1월 58세 전직 교사를 중학교 9급 행정직에 인사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 전직 교육청 간부를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설 교육감 적극적으로 예지재단 관련 의혹 해소해야

임시이사 구성으로 정상화가 기대됐던 예지중고는 아직도 교사들의 월급을 못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청의 보조금 지급 중단 후 벌써 10달째다. 실권을 빼앗긴 전직 이사장의 유족들까지 억울하다며 검찰에 예지중고 사태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으니 정상화는 더 힘들어 보인다. 대전·충남 유일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서의 학교 이미지 실추는 물론 구성원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년 6월이면 대전교육감을 새로 선출한다. 설 교육감은 재선을 준비할 테고 이 자리를 노리는 예비후보들도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예지중고 문제를 명쾌히 풀지 않고선 다음 선거에서 쟁점이 될 게 분명하다. 진위와 관계없이 현직 교육감의 검찰 고발만으로도 공격의 대상이 된다. 설 교육감은 “사실 무근”만 외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대전교육의 미래가 있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