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를 거두다.

위나라는 중원제국 가운데 가장 강대한 국가였다. 위혜왕(기원전 369-319)이 나라를 다스릴 때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중원의 패권을 장악하기도 했었다. 진나라가 동진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친 강력한 나라가 위나라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전국시대 말기에는 국운이 쇠약 해져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진왕 16년에는 위나라 경혼왕이 여읍을 진나라에 바치며 침략하지 말아 줄 것을 간청할 지경에 이르렀다.

진왕이 조나라를 치러 갈 때 길을 열어 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진왕은 그동안 위나라 침공을 미루어 왔으나 이제 때가 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왕분 장군의 위나라 공략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조나라 침공을 위해 위나라가 길을 열어 주었으므로 왕분은 진나라로 돌아가는 길이란 점을 앞세워 수도 대량까지 거침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위나라 조정도 그런 왕분의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실제 왕분의 군대는 침공할 계획이 없어보였다. 위나라에서 여러 갈래로 탐문을 했지만 어떠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병사들은 오랜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기쁨만을 전했으며 장수들도 고국에 당도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었다. 병력의 이동도 그 속도도 평상시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전투를 위한 긴장감이나 침공의 도열 같은 움직임도 탐색되지 않았다. 왕분의 군대는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위나라를 지나고 있었다. 그것은 왕분의 계략이었다. 위나라의 침공은 기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그는 수하 장수들에게 조차 극비에 붙였다. 다만 진나라로 군대를 돌린다는 명만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진나라 군대가 위나라 수도 대량을 지나던 때였다.

왕분은 해가 서녘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수장들을 막사로 불러 모았다. 긴급소집이었다. 장수들은 갑작스런 호출에도 긴장감을 잃고 너스레를 떨며 막사로 모였다. 하지만 막사의 분위기는 삼엄했다. 긴장의 끈을 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장수들은 갑옷을 바로하고 어깨를 폈다. 심상찮은 기운이 막사에 감돌았다.

그제야 대장군 왕분이 수하 장수들을 둘러보며 입을 무겁게 열었다.

“우리가 연에서 회군하던 날 대왕마마의 밀명이 있었소. 그것은 위를 접수하라는 것이었소. 따라서 나는 이 밤이 가기 전에 대량성을 포위할까 하오. 제장들은 즉각 군기를 바로잡아 자시를 기해 대량성을 포위토록 하시오. 더 이상의 명은 없소.”

제장들의 눈에는 섬광이 번득였다. 갑작스런 공격명령에 당황스러웠지만 대왕의 명이란 말에 사족을 달지 못했다.

진나라 병사들은 그날 밤, 자시를 기해 총공격을 감행했고 단번에 위나라 수도 대량성을 포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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