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왕분의 침공은 그곳에서 멎었다. 성을 향해 총공세를 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냥 대량성을 포위한 채 그렇게 있었다.

졸지에 기습을 당해 뒤통수를 맞은 위나라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슨 영문으로 갑자기 수도를 포위했는지 혹은 이번 침공이 정말 정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왕좌왕 하며 진나라 병사들의 움직임만 성 너머로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위나라 수도 대량은 황하에 비해 지대가 낮아 큰비가 오면 물난리를 자주 겪는 그런 곳이었다. 넓은 평야의 한가운데 있어 곡물이 풍부한 반면 장마가 지면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수해를 종종 입곤 했다.

왕분이 그 점을 전술에 이용했다.

대량을 포위한 왕분은 군사들에게 황하의 물줄기를 끌어들이도록 명령했다.

배후를 맡은 군사들은 위나라 백성들을 강제 동원시켜 황하에서 대량으로 이어지는 수로를 만드는 대공사를 벌였다. 고된 노동이었다. 수많은 위나라 백성들이 죽어나갔다.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부역에 동참 했다. 그것을 거부하는 백성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대수로 공사는 수개월이나 계속됐다.

왕분은 서두르지 않고 대량성을 포위한 채 칼을 갈았으며 다른 한편으로 수로공사의 진척도를 점검하고 있었다. 물줄기가 대량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전갈이 수시로 진영에 날아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대수로 공사를 담당했던 장수가 왕분의 진영으로 돌아 왔다.

“장군,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 했소이다. 물꼬를 트는 일만 남아 있소이다.”

“수고가 많았소. 그럼 물꼬를 트시오. 그리고 기다리는 거요.”

“물꼬를 트는 것은 좋습니다만 언제까지 기다린단 말씀입니까?"

“대량성이 물에 잠길 때까지…….”

왕분은 느긋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3개월을 기다렸다.

그동안 왕분은 진나라 조정에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며 따분한 나날을 보냈다.

전선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많은 군사들이 대량을 포위하고 있었으므로 위나라 군사들 역시 움직일 수 없었다.

왕분은 장수들의 따분함을 덜어주기 위해 연일 연회를 베풀었다.

위나라 전역에서 잡아온 아녀자들로 하여금 군관들의 수발을 들게 했다. 또 얼굴이 반반한 고을 수령의 애첩들은 장수들에게 고르게 분배했다. 자고로 먹는 음식에 마음이 상하는 법이었다. 왕분은 배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군율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음껏 즐기시오. 그리고 병사들에 대해서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시오. 하지만 군율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왕분은 수하 장수들에게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량성 섬멸에 들어가야 하므로 그전에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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