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병사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매일같이 잔치를 베풀고 아녀자들과 음란한 밤을 보내기 일쑤였으므로 어떤 출정보다 흥미진진했다.

“내 수많은 전란을 치러봤지만 이번만큼 재미를 본적도 없구만.”

늙은 병사가 말했다.

“그럼요. 왕분 장군께서 살펴주신 덕분이지요.”

병사들은 너도 나도 왕분을 칭송했다.

“전장에 나온 졸개가 여자 맛을 본다는 것이 있을 법한 이야깁니까?”

젊은 병사가 말을 거들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네. 왕분 장군께서는 좋을 때는 좋지만 군율에는 엄한분이야. 그러니 각자 알아서 군율을 잘 지키도록 함세.”

늙은 병사가 충고했다.

때로 병사들의 군기가 나약해지는 감이 있으면 왕분은 즉시 장수들을 불러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주문했다. 잘 먹이고 잘 쉬게 하는 한편 훈련도 그만큼 열심히 시켰다.

한편 위왕 가(假)는 갑작스런 침공으로 혼미한데다 진나라 군대가 미동도 하지 않자 답답할 뿐이었다.

그는 조당에 중신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모면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일찍이 진왕이 침공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파기하고 침공해 들어왔으니 대비책이 무엇이 있겠소?”

위왕은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하지만 대신들도 할 말을 잊은 채 고개만 떨어뜨리고 있었다.

“왜 말들이 없소.”

“황공하옵나이다. 입이 열개인들 무슨 말을 하겠나이까?”

승상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성을 포위한 채 더 이상 침공을 하지 않고 있나이다. 대왕마마.”

“왜 그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그것은 알 수가 없나이다.”

“답답하오. 답답해. 적이 코밑에 와있는데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니 이래서야 어찌 사직을 보전하겠소?”

위왕은 역정을 내며 울분을 삼켰다. 여러 차례 간자를 넣어 왕분의 의중을 알아보려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당에서 날밤을 새고 있을 때 내관이 위왕에게 다가갔다.

“대왕마마. 수공으로 대량성을 침공한다 하옵나이다.”

“뭐라? 수공으로. 그럼 그동안 수로 공사를 해왔다는 말이냐?”

“그러하옵나이다. 간자를 넣어 알아본 결과 저들이 침공하지 않고 기다린 것은 수공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옵나이다.”

내관이 울먹이며 말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