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이제 ‘더 좋은 지방정부’를 고민할 때

지난달 30일, 대선후보 신분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해 유세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미담이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거나, 참모진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다.

대통령이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에 들러 비정규직 1만 명의 정규직화를 약속하자 직원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배가 고프다’는 민원인의 손을 잡아끌며 “라면이나 끓여먹고 가라”고 자택으로 초대하는 장면 등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가기도 했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대통령과 그 주변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탈(脫) 권위’에 대한 감동 때문이다.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신의 지위’를 행사하던 전직 대통령과 달리,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은 ‘사람의 지위’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열광하는 사람들의 내면에 ‘승자의 카타르시스’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보라.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 이런 사람이다. 탈 권위와 소통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선택은 옳았다.’ 문재인을 열성껏 지지했으나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대다수 민초(民草)들. ‘승자의 카타르시스’는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미담의 향연’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래가서도 안 된다. 대통령이 뒷골목 선술집에 나타나 ‘소주’ 한 잔을 기울여도, 그 장면이 아홉시 뉴스의 끝자락 단신거리로 대수롭지 않게 보도될 수 있어야 문 대통령이 약속한 진짜 ‘광화문 대통령 시대’다. 

문재인에게 향했던 ‘새 시대’에 대한 열망은 이제 나와 내 주변으로 서서히 거두어 들여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탈 권위와 소통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데, 내가 사는 지방정부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나. 주변에 녹아든 ‘갑질’과 ‘불합리’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등. 우리가 고민하고 실천해야할 일 또한, 대통령만큼이나 많다.

학교와 직장,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우리는 많은 적폐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시민의 삶과 직결된 적폐는 대부분 지방정부와 지방정치로부터 나오고 있다. 저 멀리에 있는 대통령이 제 아무리 ‘탈 권위와 소통’을 부르짖으면 무엇 하나. 내 눈앞의 관공서 문턱이 높고, 내 눈앞의 공복(公僕)이 권위를 앞세우거나 복지부동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성취감을 아는 자가 성공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우린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들고 “나라다운 나라”를 외친 사람들에게 ‘문재인 당선’은 성취감일 수 있다. 그 성취감으로 나와 내 이웃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통치하는 지방권력의 실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젠 ‘더 좋은 지방정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시간은 충분하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1년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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