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를 접수하다.

빈객들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또 재상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지도 않았다. 재상은 그런 장의를 눈여겨봤다.

술자리를 파하고 며칠이 지났다. 재상은 그제야 자신의 집에 있던 옥벽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날 함께 술을 마셨던 빈객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우리 집에 선대부터 가보로 전해져오는 옥벽이 있었는데 그것이 그날 없어진 것을 훗날 알았소. 누구의 소행으로 추정이 되는지 빈객들께서는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시오.”

재상이 빈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빈객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지 않았다. 장의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러자 한 빈객이 일어서며 말했다.

“여기 계시는 빈객들은 그런 못된 소행을 저지를 사람이 없소이다. 그날 참석한 빈객 가운데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장의일 것입니다. 그는 본시 가난하고 품행이 나빠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만한 위인 입니다.”

그러자 모든 빈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장의가 옥벽을 훔쳤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재상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즉시 군관을 불러 장의를 잡아들이라고 명했다. 그리고 그를 곤장으로 호되게 다스리라고 주문했다.

장의는 졸지에 재상집으로 끌려가 수백 대의 곤장을 맞아 거의 초죽음이 된 상태에서 풀려났다. 물론 그는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지만 초나라 재상은 믿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모진 곤장이 가해졌다. 장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살아서 재상의 집을 나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죽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삶의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이를 깨물었다. 살이 떨어지고 뼈가 부러졌다. 곤장을 맞고 거의 반죽음이 된 채 수레에 실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길로 장의는 관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를 본 부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벼슬을 하신다고 올라간 양반이 이게 어찌된 일이오니까?

“그럴만한 연유가 있어 이지경이 되었소.”

장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래도 그렇지 누가 이지경이 되도록 생사람을 잡았단 말입니까?”

부인은 울면서 말했다.

“여보. 내 혀는 온전하오?”

“아니 혀가 온전치 못하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답니까?”

부인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면 됐소. 세치 혀만 온전하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오. 그놈이 내 혀를 뽑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오.”

장의는 울고 있던 부인을 도리어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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