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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보다 교권침해가 두려운 교사들

[임연희의 미디어창] <143>

임연희 기자2017.05.16 12:01:16

어제는 제36회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지정한 날인데 1973년 박정희 정부가 서정쇄신(庶政刷新)의 일환으로 폐지했다가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1982년 부활됐다. 세종대왕의 양력 생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해 은사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함을 전하는 게 일반적 풍습이다.

하지만 마음을 전달하는 날이 “내 아이를 잘 봐 달라”는 의미로 변질돼 돈 봉투와 고가 선물이 오가는 ‘촌지문화’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에 모든 학교 교사와 교직원이 포함되자 올해부터는 색종이로 만든 카네이션도 전달할 수 없게 됐다. 반장 같은 학생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꽃을 주거나 학생 개인이 교사에게 손 편지를 쓰는 것은 허용된다니 참 까다롭다.

허그데이·춤 노래 선물·청렴결의대회 등 스승의 날 새 풍속도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카네이션 한 송이도 안 된다니 너무 야박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있지만 그래도 일선학교에서는 이색 아이디어들로 스승의 날을 기념했다. 교사들이 교문에 나가 등교 학생들을 일일이 맞이한 것은 물론 서로 안아주고 격려하는 허그데이, 춤과 노래 선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청렴결의대회와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환경정화활동도 벌였다. 간소한 체육대회를 치르거나 아예 재량휴업일로 지정해 학교를 쉰 곳도 있었다.

우리처럼 스승의 날이 있는 다른 나라들도 촌지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승에 대한 감사 주간을 운영하는 미국은 학생이 교사에게 우리 돈 2만원 안팎의 선물과 축하카드를 줄 수 있고 독일은 초콜릿과 손수건 등 작은 선물을 허용하는 대신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받은 선물을 모두 꺼내 보여준다. 인도네시아는 전국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제를 여는데 각지로 생중계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외국에도 스승의 날이나 교육의 날 같은 기념일은 있지만 우리처럼 돈 봉투로 인한 부작용이 없는 걸 보면 촌지 논란으로 얼룩졌던 우리 스승의 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과도한 법 적용으로 자칫 학생들의 학창시절 추억마저 사라지게 할까 걱정도 되지만 일선 교사들은 사회의 불편한 시선보다는 차라리 공휴일로 지정해 편하게 쉴 수 있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대전교육정보원 4층에서 학생·교직원·학부모의 심리상담 및 365 상설 연수를 지원하는 에듀힐링센터를 개원했다.

대전지역 교사들 하루 한 건 꼴로 교권침해 당해

사실, 우리가 스승의 날에 짚어야 할 것은 꽃과 선물이 아니라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침해 문제다. 지난 5년간 2만3,576건의 교권침해가 발생했는데 연간 4,700여건으로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언과 욕설이 전체의 62.7%를 차지했다. 대전에서도 지난 5년간(1,667건) 교사들이 하루 한 건 꼴로 교권침해를 당했는데 학생 및 학교 관리자뿐 아니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전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기간제 교사에게 “기간제 교사면 더 똑바로 해야지 네가 뭔데 우리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못 살게 구느냐”며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무려 4시간 넘게 교장실에 머물며 교장, 교감, 학년부장, 해당교사 등에게 폭언을 퍼붓고 담임교사를 교체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나 보다.

그런데 일선학교에서 실제 발생하는 교권침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교사들의 말이다.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한 학교 관리자들이 해결은커녕 쉬쉬하는 데만 급급해 교사들이 교단에서 받는 상처가 깊다는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은 교권침해 건수가 대폭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전교조로는 이틀에 한 번꼴로 교권침해 상담이 들어온다니 걱정스럽다. 통계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하겠다.

초등 교사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수와 총장까지 지낸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교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개설한 교원심리상담소인 Tee센터나 에듀힐링센터는 설 교육감이 교사들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행복한 학교, 희망의 대전교육’ 비전이나 ‘선생님이 행복하면 학생이 행복하고, 학교가 행복하다’는 방향도 그의 풍부한 교육경험에서 나왔다고 본다.

타 시·도에 비해 제도와 시설이 우수한 대전교육청이 교권보호에도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보신을 위해 교권침해를 묵과하지 않는지, 교사들이 혼자 끙끙 앓다 교단을 떠나지 않는지 실태조사와 함께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 이미 상처 받은 마음을 뒤늦게 힐링센터에서 치유하는 것보다 교권침해를 예방하는 게 먼저다. 교육감이 솔선해 교사들을 소중히 여기면 교장·교감이나 학부모, 학생이 교사를 섬기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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