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맡았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

염홍철 전 대전시장. 자료사진

“약속했던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잘 구현했으면 좋겠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한 염 전 시장은 “서두르지 말라, 쟁점을 키우는 일에 신중하라”고 대통령에 조언했다. 개혁을 추진하되 국민통합의 관점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사실 염 전 시장의 합류는 적어도 대전·충남 선거전에서 가장 ‘쇼킹’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역 언론들이 ‘깜짝 지지선언’이란 제목으로 염 전 시장의 캠프 합류를 보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염 전 시장은 “난국을 풀어갈 적임자로 문재인 후보가 적격이라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지만, 막상 후보로부터 직접 ‘도와달라’는 제안이 왔을 때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한데, 그런 상황이 오히려 문 후보에게 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고초려 끝에 염 전 시장을 설득한 것은 다름아닌 문재인 후보였다. 문 후보는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아 달라”고 거듭 합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물론 예상대로 ‘수군거림’은 있었다. ‘변절’이니 ‘철새’니 하는 험한 뒷말이 있었음을 염 전 시장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호남을 빼고 문 후보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이 대전이었는데, 그런 표심에 일조했다면 그것으로 족한 일”이라고 했다. 과거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지역인사들, 지역 보수단체들을 일일이 접촉했던 그였다. “SNS를 통해서도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선거공신에 대한 논공행상 또한 피하기 어려운 논란거리다. 염 전 시장에게도 여러 억측과 소문이 나돌고 있다. 입각을 할 것이라느니,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것.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전면에 서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했던 당시의 마음, 그대로”라며 “다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문하거나 봉사하면서 공적인 역할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17일 오전,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디트뉴스>와 가진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났다. 매우 짧은 시간인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실감하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왕보수’라고 부를만한 한 지인은 ‘그 동안 내 생각이 옳았던 것이 아니구나’하는 이야기도 하더라. 새 정부의 소통 노력이 국민들에게 많이 다가가는 것 같다.”

-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기까지 여러 고민이 있었을 텐데.   

“불출마선언 이후로 정치권하고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이번 선거에 전면으로 나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로부터 선대위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 당시 문재인 후보가 직접 참여요청을 했나?

“처음엔 전화를 한 번 받은 적이 있고, 그 다음에 단 둘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사실 그때까지도 결심을 하지 못했다. 돕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후보가 또 한 번 연락을 해와, 결심을 굳히게 됐다.”

- 결국 ‘삼고초려’인 셈인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인가?  

“후보에게 오히려 누가 될 수도 있다고 고사의 뜻을 전했다. 그랬더니 문 후보가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아 달라’고 설득했다. 국민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그 때 느꼈다.”

- ‘국민통합’의 관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보수성향 사람들 사이에 문 후보를 ‘종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 분이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는데, 인권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분이 북한체제를 옹호할 리가 있겠나. 작은 힘이나마 그 점을 내가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선거운동기간 많은 대전시민을 만나서 바로 이 점을 강조했다.”

- 많은 시민들을 만났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해 줄 수 있나?

“주로 세 가지 활동을 했다. 가장 먼저 선거 때 나를 지지해줬던 사람들을 만났다. 이 분들은 사실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두번 째로 어느 단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긴 곤란하지만, 지역에 있는 보수성향 단체들과 일일이 접촉했다. 마지막으로 나와 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 출신 인사들을 만났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약 600명 정도 된다. 아!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친구 2000명 정도에게 편지를 쓰고 열심히 했다. (멋쩍은 웃음)”

- 주로 보수성향 사람들을 만나 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면, 반발이랄까.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1993년부터 시장 세번을 하고, 대학총장을 하면서 인관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이다. 일단 그런 인간관계가 뒷받침됐기에 이야기가 통하는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국정농단 사건으로 보수에 대한 실망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분들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좀 껄끄러운 질문일 수 있는데, 문 캠프 합류 이후 ‘철새정치’ 논란이 일부 일었다. 양지를 지향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잘 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특별히 개의치 않는다. 문 후보 당선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양지를 지향할 것 같으면, 일찍 캠프에 참여하지 끝까지 주저했겠나. 정치를 하지 않는다 해도 그 당에 남아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탈당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내가 민주당 입당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입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왔고 앞으로도 입당할 생각은 없다.”

- 선대위 참여 전, 문 후보 당선을 확신했나?

“선대위 참여를 고민할 무렵인 4월 중순에 대전·충남에서는 오히려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호남 외에 대전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거둬서 다행이다. 거기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취임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틀에서 뭔가 조언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만 성과를 내기위해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아무리 옳은 일이라 판단할지라도 취임 초기 쟁점을 키우는 일은 가급적 자제했으면 좋겠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쟁점이 커지면,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혁을 늦추라는 의미는 아니다.”

- 염 전 시장에 대한 입각설, 지방선거 출마설 등 다양한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에 대한 구상이 있나?

“설령 요청이 온다해도 입각할 생각은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도 전혀 없다. 정치 전면에 서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했던 당시의 마음, 그대로다. 변한 것은 없다. 다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문하거나 봉사하면서 공적인 역할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그것이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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