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미·중에 사드 철회 내지 축소 의사 전달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 면담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과 18일 출국한 이해찬 중국 특사를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외교사절단을 이끌고 방중(訪中)했던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은 17일 국회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번갯불에 콩을 구웠는데 너무 맛있게 잘 구워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과 면담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국내에선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무슨 말이 오갔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포럼 참석차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박 의원 측은 갑작스런 일정 탓에 중국 고위층과의 사전면담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최고 권력자인 시 주석과의 면담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文, 박병석·이해찬 통해 사드 배치 전향적 입장 전달 가능성

10여 분 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 의원과 시 주석과의 만남이 내포한 의미는 양국 관계 설정에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만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포럼에 참석한 29개국 정상과 정부 수반 가운데 우리 측 대표단만 별도로 만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시 주석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첫 대화의 물줄기는 잡았다”는 박 의원의 말에서 이번 면담은 ‘번갯불에 콩을 굽다’는 표현보다 양국 간에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이 있었을 거란 짐작을 하게 만든다. ‘깜짝 면담’은 아니었을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또 박 의원이 “대통령이 잡은 대화의 물줄기를 이번에 제가 가서 물꼬를 텄고, 특사로 가는 이해찬 의원이 물꼬를 넓힐 것이다. 또 향후 협상단이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4단계 외교 프로젝트'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사드 배치 재검토 입장 전한 듯, 中 '금한령' 완화 분위기 방증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질 정도로,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에 급속한 온난전선이 형성된 데는 무엇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내지 축소(북한만 감시하는 레이더로 교체) 등 재검토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견제를 우려하는 중국 입장에선 사드 배치 재검토는 환영할 일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이후 사라졌던 K-POP 차트가 중국 3대 음원 사이트에 재등장했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유쿠(優酷) 같은 중국 인터넷에선 송혜교, 전지현, 비 등 한류 스타들이 등장한 광고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먹통이었던 중국 롯데마트 공식 홈페이지도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 ‘빨래’도 다음 달 23일부터 7월 9일까지 베이징 다윈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박 의원과 면담에서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에 관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상호 존중’이라는 말은 국회 비준절차를 뜻하는 것으로 들린다.

미국 입장에서도 사드 철회까진 아니어도 축소만 하더라도 절반의 성공을 이루는 셈이다. 한반도 사드배치는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조속히 사드 배치 협상을 매듭지어 국내외 각종 비판을 잠재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세우고 있을 거란 얘기다.

미·중 국내외 상황 적절히 이용, 한미동맹 유지 및 北 견제 필요성

홍석현 미국 특사가 18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사드 배치 과정에서 국내 절차상 논란이 있다는 점과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이 "한국 내 그런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해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 중이던 코미 전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해 수사방해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수사중단 압력 논란까지 불거져 탄핵 론 등 궁지에 몰린 상태란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미·중의 국내외 상황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한·미 동맹 유지는 물론, 중국과의 활발한 경제협력 교류 등을 통한 경제발전과 동시에 북한(북핵)을 견제할 완충지대를 구축할 수도 있다.

다만 박 의원이 “사드 문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 말 속에는 기대할만한 결과물을 도출하려면 한국과 미국, 중국이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