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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2)

[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21>

정승열2017.05.19 10:28:25

▲융프라우요흐 지도(국내 판매사홈피).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인터라켄 동역에서 산악열차 티켓을 구입하고 열차를 타지만, 조금이라도 더 알프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일반열차의 종착역이자 산악열차의 첫 환승역인 그린델발트(동)나 라우터브르넨역(서) 부근까지 올라가서 주변을 구경하고 이곳에서 숙박한 뒤 산악열차를 탄다. 전날 독일 퓌센의 백조의 성을 관람한 뒤 인터라켄에 도착한 우리 가족도 약30분정도 알프스 계곡으로 들어간 그린델발트의 한 호텔을 예약했지만, 너무 늦게 입실했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제공받지 못했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늦은 시각이어서 음식점도 문을 닫아서 피자집에 피자를 주문했지만, 배달된 피자는 우리의 시골 어느 싸구려 피자집에서 만든 것만도 못한 딱딱하고 맛이 없어서 먹지 못하고 버렸다. 결국 비상식량으로 갖고 간 햇반과 컵라면으로 늦은 식사를 대신하고, 이튿날 8시 반에 출발하는 산악열차를 타기 위해서 7시경부터 채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우리는 융프라우 동쪽 코스의 첫 번째 환승역인 해발 1034m의 그린덴발트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11월 초순인데도 사방에 만년설이 쌓은 알프스 계곡은 매우 춥고 음산했다. 산악열차는 궤도 폭이 90cm 정도로 좁아서 국내 놀이공원의 코끼리열차처럼 작은 협궤열차로서 인터라켄 동역을 출발한 산악열차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그룬트(Grund: 943m)~ 그린델발트역(1034m)까지는 약20분이 걸렸지만, 그린델발트역에서부터는 점점 경사가 가팔라져 속도가 느려져서 브란덱역(Brandegg)과 알피그렌역(Alpiglen)을 지나 클라이네사이덱(2061m)까지 올라가는데 약35분이 걸렸다.

▲얼음동굴.

다시 클라이네사이덱역에서 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1397m를 올라가는 구간은 가파른 산꼭대기 부근을 지그재그로 7km를 올라가기 때문에 철도 사이에 톱니바퀴가 궤도가 하나 더 놓인 철로를 타고 약50분이나 걸렸다. 한편, 인터라켄에서 서쪽 라우터브루넨 코스는 약20분 정도 올라가다가 라우터브루넨역에서 환승하고, 45분 정도 올라가 클라이네사이덱역에서 동쪽 그랜드발트 코스에서 올라오는 열차와 합류하여 단일 철로로 융프라우요흐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열차를 자주 환승하게 된 것은 산악열차 궤도 건설회사의 건설 시기가 각각 달라서 건설회사의 주체가 다른 때문이라고 하는데, 산악열차의 종착역인 융푸리우요흐역은 해발 3454m에 있다. 그러나 융프라우요흐역은 바위를 뚫은 터널 속 공간으로서 동굴 안에는 관광안내소․ 응급구호소․기념품가게․우체국 등 웬만한 쇼핑가라고 할 만큼 많은 상점들이 있다. 이곳에서 수직으로 바위를 뚫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08m를 올라간 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알프스의 바위 꼭대기이자 바위를 뒤덮은 만년설 얼음 속이다.

▲얼음동굴.

수천 년 동안 쌓이고 쌓인 만년설 속에 사방으로 개미굴처럼 뚫은 길을 얼음궁전(Ice Palace)이라고 하는데, 얼음궁전은 1934년 그린델발트 출신인 두 산악인이 뚫었다고 한다. 얼음동굴은 바닥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잡이 가드레일이 있고, 통로 양쪽에는 녹아내리는 빙하수가 흐르는 개골창도 있고, 군데군데 쉬었다 가는 벤치도 있고 얼음조각들도 있다.

더더욱 여행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통로의 이름표와 노선번호까지 붙여두었는데, 그래서 단순한 얼음동굴이 아니라 얼음궁전이라고 부른다. 사실 만년설 속의 얼음궁전은 지각변동으로 매년 약50cm가량 움직이고 있어서 전문가들이 수시로 얼음동굴의 안전점검을 한다고 했다.

▲융프라우

얼음궁전은 알프스를 뒤덮은 만년설 밑이어서 얼음궁전 밖으로 나가면 만년설의 표면이 되는데, 이곳을 플래토(Plateau: 3573m)라고 한다. 플래토에서는 푸른 하늘과 사방이 온통 하얀 눈뿐이다.
 국내 최고봉인 백두산(2744m) 보다 더 높은 곳에서 사방이 온통 하얀 눈뿐이니, 마치 넓은 바다에서 거리를 짐작할 수 없듯이 멀고 가까움을 분간할 수 없다.

또, 만년설에 반사되는 자외선이 너무 강해서 플래토에서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미리 준비해서 선글라스를 꼈고, 철없는 여행객이 환호성이나 고함이라도 지른다면 그 진동으로 만년설이 무너져 내릴 위험성이 있다며 큰소리로 말하는 것조차 주의를 받을 정도로 고요하다.

▲알레쉬 빙하

또, 이곳은 고산지대여서 산소가 매우 희박해 노약자들에게는 약간 고통스럽기도 한데, 알프스는 100m를 오를 때마다 기온이 0.5도씩 기온이 내려간다고도 하니 정상에서의 온도는 상상에 맡긴다. 특히 멀리 산 아래로 보이는 계곡은 3000m가 넘는 고산준령의 깊은 계곡인데도 완만한 저지대처럼 만년설로 뒤덮여 있는데, 1천만년 이상 계곡에 쌓인 만년설은 알래쉬 빙하(Aletschgletsche)의 발원지라고 했다.

알래쉬의 만년설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약1/3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린애처럼 흥분해서 사방으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만년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또 얼음궁전에 들어가서도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스핑크스 전망대(자료화면).

만년설 위인 플래토와 얼음궁전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융프라우요흐로 내려온 우리는 스핑크스(Sphinx)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해발 3581m 지점에 있는 스핑크스 전망대는 1931년 연구목적으로 처음 건물을 지은 뒤 1950년 천체관측을 위한 돔을 설치했는데, 1996년부터 레스토랑을 개업하여 일반인이 이용하고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를 ‘Top of Europe’이라고도 하는데, 융프라우요흐도 ‘Top of Europe’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일대 전체를 ‘유럽의 지붕’이라고 하는 것 같다.

스핑크스 레스토랑의 360도 전면 통유리를 통해서 알프스의 만년설을 바라보며 먹은 스테이크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스핑크스 전망대는 1969년 개봉된 007 시리즈 6번째 영화 ‘여왕폐하 탈출 작전(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 주인공 제임스본드가 스키를 타며 탈출한 곳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하산하는 산악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바위속 동굴 세상인 융프라우요흐를 돌아보다가 기념품판매점에 진열된 수많은 물건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물건을 바라보니, 한글로 쓰인 우리나라 라면들이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스위스 돈으로 7.8프랑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는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개당 8500원쯤 된다. 우리의 상품이 스위스 산꼭대기까지 수출될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을 비롯한 단군의 후예들이 많이 몰려와서 과소비를 한 결과인지는 잘 분간하기 어려웠다.

▲하산.

아무튼 하산은 등산할 때와 반대코스인 서쪽 라우터브르넨역(서)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철로가 갈라지는 해발 2,061m지점인 클라이네사이덱역을 지나서 빙하가 흐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사실 여름철에는 녹아서 뚝 떨어져 나간 만년설의 두터운 얼음더미라고 했다. 절벽처럼 보이는 그 두께(높이)만도 120m가 넘는다고 하는데, 겨울이 되면 또다시 두꺼운 얼음이 쌓인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게도 산 정상은 만년설로 덮여있고, 중간에는 초원이 펼쳐지고 스위스 국화인 에델바이스가 만발했다. 그러나 3,000m가 훨씬 넘는 융프라우 등정에 왕복 5시간에다 플래토와 얼음궁전 등을 구경하느라 꼬박 하루를 보낸 뒤에 하산한 우리 가족은 모두 탈진했다. 융프라우에서의 팁이라면 하산할 때에는 올라갈 때와 달리 무정차하여 내려오기 때문에 알프스 설경을 조망하려면, 상행선의 환승역에서 다음 열차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고 사진에 담는 것이 좋다.

▲융프라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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