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은 울분을 되새기며 초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그는 초회왕에게 이런 사실을 그대로 보고했다. 그제야 회왕은 장의에게 속은 것을 알았다.

격분한 초회왕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군사를 보내 진나라를 정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형세는 이미 초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진이 제나라와 동맹을 맺었으니 진을 친다면 제나라가 도리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점을 안 진진이 초회왕에게 진언했다.

“대왕마마. 엎질러진 물을 이제 와서 어찌하겠나이까. 도리어 영토의 일부를 진에게 주고 화친을 맺으심이 가할 줄 아뢰옵나이다.”

“뭐라 영토를 진에게 내줘?”

초회왕이 발끈했다.

“그런 다음 제나라를 쳐서 영토를 넓힌다면 크게 손해볼일은 없지 않겠나이까?”

초회왕은 진진의 말이 일리 있다고 보면서도 장의에게 속은 것이 분하여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군사를 일으켜 자신의 뜻대로 진나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초나라는 도리어 전쟁에서 크게 패하여 8만 명의 군사를 잃었다. 회왕의 격분은 갈수록 더했다.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진을 쳤지만 매번 참패하고 말았다.

이러던 차에 승상 장의가 초나라에 제안했다. 진나라 상(商)과 어(於) 두지역과 초나라 검중지역의 땅을 맞바꾸자는 것이었다.

회왕은 분노가 더욱 끓어올랐다. 그러지 않아도 죽이고 싶도록 원한에 사무치는 장의가 이번에는 땅을 바꾸자고 나선 것이 심산을 더욱 뒤틀리게 했다. 말 같지 않은 소리였다. 회왕은 진나라 사신을 향해 고래고함을 질렀다.

“차라리 장의를 주면 검중지역을 주겠다고 하여라.”

퉁명스러웠다.

“그 말씀이 정말이오니까?”

사신이 되물었다.

“진나라 처럼 그렇게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느니라.”

회왕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진나라 사신은 돌아와 이 말을 전하자 승상 장의가 탁자를 치며 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다.”

장의는 그길로 진나라 혜문왕에게 나아가 사신으로 초나라에 보내줄 것을 간청했다.

“아니 무슨 말이오. 승상. 승상은 초나라 회왕이 철천지원수처럼 벼르고 있는 인물이 아니오. 그런데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겠다는 말이오?”

혜문왕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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