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굴로 들어가란 말이 있질 않나이까. 대왕마마. 꼭 살아와서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그래도 아니되오. 짐이 그대를 잃는다면 검중지역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

“걱정 마시옵소서. 소신에게 나름대로 방책이 있사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혜문왕은 여러 차례 허락하지 않았으나 장의는 뜻을 굽히지 않고 왕을 설득했다. 결국 장의는 혜문왕의 윤허를 받고 그길로 초나라로 향했다.

진나라 중신들도 승상이 초나라에 들어가면 필시 죽을 것이라며 가는 것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집대로 초나라로 말을 몰았다.

“이 몸은 절대 죽지 않고 돌아 올 것이오. 내기를 해도 좋을 것이외다.”

장의는 도리어 마부에게 박차를 가하라고 일렀다.

장의가 초나라 땅을 밟는 순간 그는 곧바로 국경을 감시하고 있던 군사들에게 체포되어 궁성으로 압송되었다.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뭐라. 장의가 제 발로 걸어 들어 왔단 말이냐?”

전갈을 받은 초회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자신이 얼마나 고대했던 일인가. 그런데 장의가 스스로 초나라로 걸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자가 진나라 승상 장의가 분명하렷다.”

회왕은 여러 차례 반복해서 되물었다.

“그러하옵니다. 대왕마마. 그자는 분명 장의가 맞사옵나이다.”

“여우같은 놈. 나를 속이고도 살아남기를 바랐단 말인가. 당장 그자를 끌고 오너라. 과인이 직접 그의 목을 베어 분을 풀겠노라.”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장의는 압송되는 도중에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친진세력의 대부 격인 근상에게 밀지를 넣었다. 그리고는 왕후 정수에게 전할 것을 요청했다.

“진나라 승상인 제가 초나라에 스스로 걸어들어 올 때는 그만한 방도도 없이 들어왔겠습니까. 만약 회왕께서 저를 죽인다면 즉시 진나라는 전면전을 감행할 것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국경지대에 진나라 병사들이 모두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다 그 때문입니다. 부디 초회왕께서 저를 죽여 우리나라로 하여금 초를 전면 공격토록 하는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 양국의 우호관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마다하실 생각이라면 저를 죽여주는 것이 진나라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장의의 서신을 접한 근상은 호들갑을 떨며 왕후 정수에게 달려가 장의의 서신을 전달했다.

그러자 왕후 정수가 화들짝 놀라며 초회왕을 설득했다.

“대왕마마. 진나라는 지금 강하고 장의 또한 진의 승상이면서 사자로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를 죽인다면 진이 즉시 보복해 올 것이옵니다. 그러면 어찌하겠습니까?”

왕후 정수는 자분자분 국제정세를 논하며 회왕의 마음을 돌리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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