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초회왕에게 친서를 보내 화친할 것을 청하고 무관에서 동맹을 맺기로 약속했다. 화친하려던 마음이 간절했던 회왕은 대신들의 의중을 물었다.

“아니 되옵나이다. 대왕마마. 진나라는 간교하기 이를 데 없는 자들이어서 필시 무슨 속내가 있을 것이옵나이다. 속지 마시옵소서.”

중신들은 기를 쓰고 말렸다. 그들은 지난날 장의가 속였던 것을 반추시켰다.

하지만 회왕은 달리 선택할 길이 더 이상 없다며 약속한 날 무관으로 향했다.

무관은 좁은 계곡에 형성된 국경도시였다. 신하들을 거느린 회왕의 무리들이 그곳에 도착하자 진나라에서는 소양왕이 나와 그를 환대하는 척했다.

하지만 그는 소양왕이 아니었다. 그는 함양에서 현지에 가지도 않고 장군 한사람을 변복시켜 마치 소양왕인 것처럼 속여 그를 맞았던 것이다.

이를 안 회왕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지만 이미 때가 늦은 뒤였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군사들이 무관을 포위하여 그를 생포했다. 초회왕은 곧바로 함양성으로 압송되어 소양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양왕은 그를 군왕의 예로써 맞은 것이 아니라 신하의 예로써 접대했다.

“초회왕은 듣거라. 과인이 그대를 돌려보내 줄 터이니 무와 검중지역 전체를 진에 복속시키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소양왕왕이 용상에 앉아 거만을 떨며 말했다.

“무어라. 나를 속이고 그것도 모자라 내 땅을 내어달라고 강요한단 말이냐?”

모욕에 분노한 회왕은 고래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곳은 초나라 조당이 아니라 진나라 조당이었다.

“그리 하지 않는다면 돌려보낼 이유가 없도다. 저자를 감금토록 하여라.”

소양왕은 얼굴색도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

초회왕이 감금되었다는 소식이 초나라에 전해지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중신들은 연신 회의를 열고 대책을 찾았다. 하지만 그를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중신들은 제나라에 볼모로 가있던 태자 횡(橫)을 보위에 올렸다. 그가 경양왕이었다.

이 사건은 진나라에 별것도 아닌 사람을 잡아두고 있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격노한 소양왕은 군사를 일으켜 초나라를 공격하여 15개성을 빼앗고 5만 명의 군사를 죽였다.

2년의 세월이 지난 뒤 초회왕은 기회를 틈타 도주했지만 진에서 이 사실을 알고 초나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다. 초회왕은 하는 수없이 조나라로 숨어들었다. 그곳을 경유하여 초로 들어갈 계산이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