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 황순원 문학촌~남양주 강변을 따라서

신록 찬연한 5월 살가운 강변, 아름다운 두 물 머리의 추억   

□ 들어가는 시 

양수리를 지나며
두 강물이 만나는 풍경을 본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돌고 넘어서며
서로의 길을 에 돌아
두 물 머리에서 합쳐지는
그들의 방식을 본다


궁사가 활을 쏠 때
목표에 바로 향하지 않고
하늘의 뜻과 바람이 이끄는
순리의 길을 따르는 것처럼
당신에게 다다르는
내 방식 또한 다르지 않다


마음은 거친 강바닥이어도
다붓다붓 누르고 흘러흘러
당신과 만나는
새벽녘 강물이고 싶다


두 물이 만나
긴 사연을 나누는지
물안개 가득한 양수리

                           - 김종분 시인의 ‘양수리’ 시 全文

 1. 떠나는 자 그대 뒷모습 아름다워라  

 독일의 저 유명한 시인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여행자 차림으로 떠나는 자 뒷모습으로 채비를 하였다.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에서는 지난 20일 경기도 양평 황순원 문학촌과 남양주시 두 물 머리 강변에서 개최하는 서울시낭송협회(詩音)창립총회와 문학기행에 10명이 참가하기로 했다. 

본회 서울 경기지회 평택 환영속 만남

19일 전 날 전라도 광주에서 이현숙 지회장님과 나정임 이사님이 경기도 평택에 도착, 서울 경기지회 홍원기 지회장님과 허응만 수석부대표님, 심길섭 이사님의 환영속에 숙소를 잡으며 살가운 전야제 여행은 시작되었다. 

다음날 20일 대전에서는 김우영 본회 대표를 비롯하여 이종연 상임이사님과 함용재 총무이사님, 김기자․김경자 여류화가님 일행 5명은 아침 7시 출발을 했다. 그리고 양평 현지에 거주하는 화가 김영선 고문님이 합류하기로 했다. 

대전에서 출발한 일행은 잠시 후 맞이할 경기 양평 황순원 문학촌~남양주 강변을 향하여 신록 찬연한 5월 살가운 강변, 아름다운 두 물 머리를 생각하며 들 뜬 마음으로 차창 밖 푸르런 5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가벼운 청바지 차림으로 여행을 떠난 스스로를 보며 문득 아르헨티나 출신 쿠바의 영웅적 혁명가 ‘체 케바라’의 말이 떠올랐다.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다.”

곧게 뻗은 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막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 모가 연두색으로 하늘을 행하여 일어나고 있었다. 논과 들녘 뒤로는 산야에 찬연한 신록이 우거져 힘찬 5월의 계절을 뽐내고 있다.

인생과 사랑, 그리고 문화와 여행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사이 일행을 태운 이종연 상임이사님 차량은 가볍게 경기 양평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길에 자리한 황순원 문학촌에 도착하였다. 

 2. 아득한 지난시절 소나기를 맞으며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고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은 외진 산골에 있었다. 여행자를 처음 맞이하는 것은 '양평군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이라 적혀 있는 커다란 머릿돌이다. 소설 '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은 양평군에서 서종면 수능리 일원 47,640㎡에 소나기마을의 배경 무대와 지상 3층 규모의 황순원 문학촌을 조성했다.  

경기 양평 황순원 문학촌 전시실
소설 소나기가 실린 지난 국어교과서

황순원 문학촌에는 황순원 작가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하는 3개 전시실과  소나기광장에는 노즐을 통해 인공적으로 소나기를 만드는 시설이 있다. 또, 징검다리, 섶다리 개울, 수숫단 오솔길 등 소설 '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한 체험장이 있다.  

 그리고 황순원 작가의 소설을 주제로 한 목넘이 고개(목넘이 마을의 개), 학의 숲(학), 해와 달의 숲(일월), 별빛 마당(별)을 만들었고, 소나기광장과 사랑의 무대 등 부대시설도 눈에 띄었다.
 
황순원 작가의 작품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소설 미학의 전범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법적 장치들,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의 정신,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에 대한 애정 등을 고루 갖춘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소설들이 예외 없이 보여주고 있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소설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예술적 성과의 한 극치를 시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경기 양평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

소설문학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주력할 경우 자칫하면 역사적 차원에 대한 관심의 결여라는 문제점이 동반될 수 있지만 황순원의 문학은 이러한 위험도 잘 극복하고 있다.

지난날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보았던 ‘소나기’는 아직 어린 학생이 껴안기엔 너무 슬픈 소설이었다. 소설 ‘소나기’에서는 소나기를 맞으며 들판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던 소녀가 병명도 없이 약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감정 이입된 당시 기억은 그들이 보낸 시간의 순수한 아름다움보다는 소녀의 죽음이 불러온 비극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소나기에 대한 지난날 회억으로 문학촌을 들어서면서부터 머릿속에 일관되게 떠오른 이야기는 갑자기 떠나버린 소녀의 죽음, 즉 결말 부분이었다. 게다가 소나기는 영화나 TV에서 본 이미지가 아니라 소설이었기에, 역설적으로 훨씬 더 애틋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놓았다.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읽는 ‘소나기’는 마치 오래된 책갈피에서 발견한 젊은 시절의 연애편지를 다시 보는 느낌과 함께, 그때의 슬픈 기억을 다시 더듬는 것이기도 했다. 황순원 문학촌 전시실을 돌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여전히 10대의 소년 소녀들인데 반하여 우리는 속절없이 나이를 먹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낭송협회 창립총회를 마치고

황순원 문학촌의 외관은 소나기 주인공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머물렀던 수숫단 움막을 형상화 한 것이다. 문학촌 내부에는 작가의 유품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한눈에 그의 삶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경기도 양평은 황순원 작가의 고향이 아니지만 소나기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고 하니, 어쩌면 이북이 고향인 작가로서는 남한에서 영면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아니었나 싶다.  

황순원의 작품에는《돼지계》(1938),《암골》(1942),《모자》(1950),《간도삽화》(1953),《윤삼이》(1954),《필묵장수》(1955),《소나기》(1959),《마지막 잔》(1974),《나의 죽부인전》(1985),《땅울림》(1985) 등이 있다.  

황순원 문학촌 행사 마치고 야외오찬과 숲속 나들이
 3. 황순원 문학촌에서 서울시낭송협회 날개를 펴다 

서울시낭송협회(詩音)김종분 회장님에 말에 의하면 1년 가까이 준비한 창립총회라서 남다른 감회가 있다고 했다. 

 “1년여 여러 임원들과 회원님들과 의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근대 한국문학의 산실로 꼽히는 황순원 문학촌에서 서울시낭송협회 창립을 하게 되어 뜻 깊고 보람입니다.“ 

 3층 창립식장에 들어서니 맨 먼저 반기는 화환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전국 유일의 문학군 전남 장흥군 이금호 문화원장님이 보낸 화환과 나머지 하나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손해일 이사장님의 축하꽃이었다. 두 분은 1년에 행사장에서 몇 차례씩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는 잘 아는 분들이어서 반가웠다. 

 창립식은 우보환 강화문인협회 회장님의 사회로 진행이 되었다. 김종분 회장님의 개회인사와 김종회 황순원 문학촌 촌장님과 김영선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고문님, 최병준 서울시인대학장의 축사와 심의표 한국창작문학인협회장님의 격려사가 있었다.  

그리고 주요임원에 대한 위촉장 수여와 이강철 유현숙․전명자님의 축하시 합송, 축하케익 컷팅,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전국 각지에서 축하차 찾아준 70여명의 하객들과 함께한 뜻깊은 서울시낭송협회(詩音)는 날개를 달고 경기 양평 하늘가에 퍼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자리는 즐거운 야외 오찬시간. 참석자들은 광장 분수대 건너 원두막 동산 부근에서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게 도시락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인근 소나무와 연초록으로 무성한 숲속 산책길을 따라 삼림욕으로 힐링을 하며 산길을 걸었다. 따사로운 5월 푸른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마저 찬란한 이 날을 축복하는지 눈이 부시다. 

강변연가의 야외콘서트/ 김우영 작가의 키타연주와 유현숙 시낭송가의 춤

일행은 제2부 행사장인 인근에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747번길 11 다산 정약용 선생 다산문화관 일대를 견학하고자 길을 떠났다.  

다산 정약용 선생 유적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다. 다산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조선의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결국은 오랜 유배생활 끝에 고향인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유배생활 동안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많은 저서를 남겨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유적지 내에는 그의 생가인 여유당(與猶堂)과 선생의 묘, 다산문화관과 다산기념관이 있다. 다산문화관에는 많은 저서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으며, 다산기념관에는 수원성 축조 과정에 쓰였던 거중기, 녹로 그리고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 다산초당의 축소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다산 유적지는 나라의 부패를 꾸짖던 선생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꼿꼿하고 검소한 그의 생활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의 업적과 자취가 전시된 다산기념관과 다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걸음이면 뛰어 넘을 것 같은 여유당의 낮은 담장에는 허물없이 백성들의 기쁨 과 아픔을 함께하고자 했던 다산 선생의 마음이 담겨 있다. 매년 10월 다산유적지에서 펼쳐지는 다산문화제는 다채로운 시민행사와 공연 등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 한 마당으로 다산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문화적 시각으로 재조명, 우리 문화를 통해 다산 선생을 직접 체험하는 시민문화축제이다.

강변연가 야외 만찬 모습

 4. 신록 찬연한 5월 살가운 강변, 아름다운 두 물 머리 추억 

 다산문화의 거리를 지나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왼쪽 연못에는 연꽃이 서로 손을 잡은 듯 너르게 널려있다. 푸르런 두 물 머리 강가를 끼고 산협을 조금가노라니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311길에 ‘강변연가’라는 아늑한 한옥이 나온다. 이 가든은 팔당맛집 경기도 3대 백숙식당중에 하나라고 한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주변 산책코스가 아름답다. 식사메뉴는 단호박 오리훈제, 참숯삼겹살구이, 닭도리탕, 오골계 버섯덮밥, 낙지덮밥, 냉면과 비빔밥, 들깨칼국수 등이 있었다.  

뒤에는 산을 끼고 앞에는 강이 보이는 조용한 주택가에 있어 좋았다. 강변연가의 가장 큰 매력은, 강변의 멋진 자연경관이다. '배산임수'라는 말이 떠올랐다. 강변연가의 특징은 강가의 풍경과 함께 짙푸른 신록이 짙어져 싱그러웠다.   

서울시낭송협회 일행은 강변가든 야외광장에 즉석무대를 설치했다. 현수막을 두르고 대전에서 가져간 앰프를 설치하고 서울시낭송협회 창립총회를 기념하는 ‘강변 야외콘서트’를 준비했다.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의 김우영 교수의 현장 지도아래 허응만 수석부대표, 이종연 상임이사, 심길섭 이사 등이 주선이 되어 앰프를 점검하고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강변 야외콘서트’막이 올랐다. 박정임 낭송분과위원장의 매끄러운 사회로 흥겹고 즐거운 무대의 막이 올랐다.  

남양주시 두 물 머리 강변의 5월 풍경

먼저 김종분 회장님의 창립총회와 콘서트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참석자들에 대한 인사와 함께 양수리 시낭송을 연출했다. 이어 여는 음악으로 미국 벤쳐스 악단 연주곡 파이프라인(Pipe Line)이 김우영 교수의 키타연주가 경쾌하게 연주되자 회원들이 더덩실 춤을 춘다. 

 박정임 사회자의 소개로 회원들의 시낭송과 노래, 낭독, 마술 등으로 다양하게 제3부 행사를 이어갔다. 특히 대전에서 올라온 함용재 국악인의 성주풀이와 진도아리랑을 열창할 때는 관람석에서 추임새를 맞추며 어울어졌다. 또한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온 나정임 여사의 전라도 사투리 구연은 관람객의 옛 유년시절 추억을 되살려낼만큼 구수한 고향의 소리였다. 

끝으로 김종분 회장님의 노래 ‘열애’를 김우영 교수의 키타반주에 맞추어 열창하여 박수를 받았고, 이어 다 같이 손에 손을 잡고 합창곡 ‘과수원 길’과 ‘사랑해’를 다 같이 부르며 ‘강변 야외콘서트’ 막을 내렸다.  

두 물 머리 강가 풍경

5. 두 물 머리 강변을 뒤로 하고  

 서울시낭송협회 회원들은 행사를 마무리하고 서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서로 가져온 승용차에 분승하여 강변연가를 나오는데 저만치 두 물 머리 강가에서 손짓을 하는듯 하다.  

 “다음에 또 오세요. 우리는 서울시낭송협회 그대를 환영합니다!” 

 태백산을 발원으로 하는 남한강과 금강산을 발원으로 하는 북한강이 만나는 곳 ‘두 물 머리’이다. 양평의 두 물 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줄기 만나는 곳이라는 뜻의 옛 지명으로, 한자로는 양수리(兩水里)라고 쓰는데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 곳을 말한다. 

예전에는 이곳의 나루터가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 있는 강원도 정선군과 충청북도 단양군,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인 탓에 매우 번창하였다.  

김영선 고문 김경아․김기자 화가, 이종연 상임이사

그러다가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육로가 신설되자 쇠퇴하기 시작하여,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자 어로행위 및 선박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 기능이 정지되었다.

인근 문호리에는 카페촌이 형성되어 데이트족이나 가족들이 많이 찾고, 금남리 국도변에는 서울종합촬영소가 있다. 서울종합촬영소와 양주골프장 사이에는 복합문화 공간인 두 물 워크샵이 자리잡고 있는데, 음악회·건축전·미술전·퍼포먼스 등 문화행사가 연중 내내 열린다.  

두 물 머리 강가 안개풍경

6. 용문산자락 김영선 화가 별장에 들다  

서울시낭송협회 행사를 마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일행(대전, 평택, 광주)은 인근에 거주하는 김영선 화가님 초청으로 양평 용문산에 안온하게 자리한 별장을 향하여 갔다. 

남양주에서 양평군 용문면 연수로 492번지로 가는 길목은 그야말로 푸른 산하의 용문산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고 있었다.  

양평 용문산은 용문면과 옥천면 경계에 있어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골이 깊어서 예로부터 경기의 금강산으로 이름이 높았다. 용문산(龍門山, 1157미터)은 인근 가평군에 있는 화악산, 명지산 그리고 국망봉 다음으로 높다. 북쪽의 봉미산, 동쪽의 중원산, 서쪽의 대부산을 바라보고 있다.  용문산은 유난히 산나물이 많은데 이를 시로 읊은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문신 ‘김안국’이다. 

산나물 향기롭고 연하긴 용문이 그만인데
그것으로 손님 대접하면 후의(厚意) 있음을 알리라
방장(方丈)의 고량진미를 어찌 부러워하리오
한 바구니 속에 부귀영화도 저버리라 하였다.

산세 수려하고 안온한 김영선 화가님 별장에 든 일행은 푸르런 잔디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1층 살림채와 2층 화가의 작업실을 구경했다. 

창밖은 어두어지며 용문산 별장에서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일행은 미리 읍내에서 준비해간 삼겹살과 지평막걸리를 준비하여 음미를 했다. 저 건너 산속에는 군데군데 팬션에서 있고 하나 둘씩 불이 켜지며 산세 험한 이 산자락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까아맣게 어둠이 깔리는 용문산자락 별장 트러스에 앉아 분위기를 잡으며막걸리를 마셨다. 김영선 화가는 지평막걸리를 들며 말한다. 

대전 김기자 김경아 화가/ 나정임 이사 산책

“이 지평막걸리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막걸리입니다. 90년의 역사가 담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에서 나오는 막걸리이지요. 옛날부터 사용하던 우물을 현재까지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맛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러자 앞에 앉아있던 평택 심길섭 이사님과 호남지회 나정임 이사님이 맞장구룰 친다. 

 “아, 그래요. 어쩐지 술맛이 입에 감긴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나! 긍께 이 술이 지평막걸리랑께요?” 

 김영선 화가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지평막걸리는 묵직하고 구수한 맛의 옛스러운 맛이 그대로 담겨있는 막걸리이지요. 용문면 소재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지평 양조장이지요. 일제 때는 독립군 군자금까지 몰래 지원해주던 애국적인 지평양조장이지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1925년부터 막걸리를 생산하며 2014년에는 대한민국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그러자 천하의 막걸리 작가인 김우영 교수가 건배를 외친다. 이에 평택 허응만 시인과 광주 이현숙 시인도 웃으며 말한다. 

 “옳거니 그래서 이처럼 막걸리 맛이 좋군요. 허허허---”

 “자, 한 잔 하지요. 전통의 지평막걸리 그 맛이여!”

 “아따, 그 술맛 한 번 허벌나게 맛있어 브러유?” 

일행은 밤이 늦도록 술을 마시고 시를 낭송하고 통키타를 치며 늦어가는 월 용문산에서의 밤을 익혀갔다.   

김종분 노래 김우영 기타연주

7.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이른 아침 눈을 부시시 뜨니 별장 뒷산에서 산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일행은 일어나 집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짐을 챙겨 아침 해장하려고 산을 내려갔다. 김영선 화가님의 추천으로 인근 은고갯길에 있는 ‘고바우 설렁탕’집으로 갔다, 

강원도 홍천과 경기도, 서울로 가는 나들목에 자리한 고바우 설렁탕집은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여행객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구수한 국물에 맛난 설렁탕으로 지난밤 술로 지친 속을 데치고 일행은 이곳 거주하는 김영선 화가님과 작별 인사를 했다. 

 “어제 잘 쉬고 신세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뭘요? 또 오세요 잘 가요.”     

일행은 양수리역까지 와서 중앙선 전철을 타고 서울 용산역으로 왔다. 용산역에서 호남선 새마을 열차를 바꾸어 타고 대전으로, 광주로 향했다. 

지난 5월 20일 경기 양평에 있는 황순원 문학촌 ‘서울시낭송협회 창립행사’와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문화유적탐방’과 두 물 머리에 있는 강변연가 가든에서의 ‘강변 야외콘서트’ 용문산자락에 있는 ‘김영선 화가별장방문’ 등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 피곤하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행객을 태운 철마는 경기평야와 충청 중원평야를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힌체 1박 2일 일정의 서울시낭송협회(詩音)모임중에 경기 양평 황순원 문학촌과 남양주 강변을 따라서 신록 찬연한 5월 살가운 강변, 아름다운 두 물 머리 추억을 되새기었다.  

방랑과 변화를 사랑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강과 하늘 아래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바보는 방황을 하고 현명한 자는 여행을 한다!’고 했던가!

□ 나가며 

김우영 교수/작가
집 떠난 1박 2일의 서울시낭송협회 모임을 다녀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물을 만났으며, 많은 것을 느겼다. 문득 서양의 철학자 ‘대니얼 트레이크’의 말이 생각이 난다. 

“약상자에 약이 없는 치료제가 여행이다. 그러나 여행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예방약이자, 치료제이며, 동시에 회복제이다!” 

힘차게 남쪽으로 달리는 철마 의자 깊숙히 몸을 묻고 눈을 스르르 감았다. 어제 20일(토)경기 양평 황순원 문학촌에서 김종분 회장님이 창립총회에서 한 인사말이 떠 오른다. 

“서울시낭송협회 詩音 을 창립한 오늘 태양은 꽃을 아름답게 하고, 예술은 인간을 아름답게 한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지상의 별이 되어 이 넓은 세상을 사랑과 평화로, 참으로 아름답게 꾸며 줄 꽃과 나무들이 숨 쉬고 자라는 귀한 자리가 되도록 할 것 입니다.                                  

- 오늘의 명언

마치 태양이 꽃을 물 들이는 것과 같이 예술은 인생을 붉게 물 들인다.  (러버크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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