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본 진왕도 더는 그를 만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그렇게 하도록 윤허했다. 왕전은 그길로 사직하고 고향 빈양으로 내려갔다.

진왕은 이신을 총사로 하고 몽염을 부장으로 삼아 그들에게 20만 명의 군사를 주어 초나라를 치도록 했다.

초나라 정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초로 군사를 몰아간 그들은 처음에는 계속 승리를 거듭했다.

이신이 평여 지역을, 그리고 몽염이 침 지역을 공격하여 초를 크게 격파했다.

승전보가 전해지자 진왕은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지 않았다. 적을 얕본 이신이 경솔하게 너무 깊이 적지로 들어가는 바람에 초의 계략에 걸려 수장 칠도위가 피살되는 수모를 당했다. 더욱이 수장을 잃은 병사들은 초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신의 참패였다.

진왕은 그 뒤로 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지만 신통한 것이 없었다. 도리어 연일 도착되는 파발마다 패전 소식만을 전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진왕은 역정을 내며 이신장군에게 더욱 분발할 것을 주문했지만 전세는 매한가지였다.

그날도 내관 조고는 일찌감치 비보를 접했지만 고하지 않았다. 이신이 초나라 공략에서 퇴각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은 쓴 약보다 싫었다. 침전 앞에서 방안 공기만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진왕이 온몸에 땀을 흘리며 막 궁녀와 합방을 끝낸 직후에 침전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기분이 좀 풀렸을까 해서였다.

“대왕마마. 이신장군이 기어이 초나라를 정벌치 못하고 군사들을 돌렸다 하옵나이다.”

내관이 침전의 무게에 눌린 표정으로 고했다.

“뭐라. 군사를 돌려, 그러면 퇴각했다는 말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러하다 하옵나이다.”

“이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도대체 이신은 무엇을 했단 말이냐.”

진왕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풀어 헤쳐진 앞가슴을 여미며 진왕은 크게 후회 하고 있었다.

백전노장 왕전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사무치도록 아쉬웠다.

“지금 왕전 장군은 어디에 있느냐?”

진왕은 더욱 큰 소리로 내관에게 물었다.

“그는 사직하고 고향 빈양에 내려가 있질 않사옵나이까?”

진왕은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자신의 말을 번복해야 한다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그를 모셔오도록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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