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국 제나라

이제 남은 것은 제나라뿐이었다.

진왕은 뛸 듯이 기뻤다. 천하평정을 위해 칼을 뽑은 지 10년 남짓. 벌써 6국 가운데 5국을 멸하고 제나라 만 남았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왕은 매일 승전보를 전하는 장수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그들을 격려했다.

아울러 적국에서 수탈한 재물들을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그 속에는 물론 계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때문에 진왕의 군대는 사기가 충천했다.

함양궁도 분위기가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왕의 심기가 불편할 때는 내관들조차 대전에 드는 것이 죽음만큼이나 싫었지만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무슨 말이라도 고하기가 수월했다. 그럼에도 진왕에 대한 경호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었다.

형가와 같은 암살기도사건이 더 이상 발생치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따라서 진왕의 측근에서 그를 모시는 내관 조고의 입김이 더욱 강화되고 있었다.

그는 고개만 조아리며 상황을 대신 전하는 위치가 아니라 진왕의 신변을 책임지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

조고는 말이 내관이지 시쳇말로 비서실장 격이었다. 진왕의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있었으므로 그의 위치도 아울러 향상되었다. 궁정 내부에서는 물론이려니와 궁 밖에서도 조고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진왕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내락을 받아야 했다. 이런 절차는 형가사건 이후 더욱 견고해졌다.

더욱이 조고는 진왕이 즉위한 어린 시절부터 그를 모셔온 측근이라 그의 신뢰는 남달랐다.

“나는 대왕마마를 모시는 일에 생을 바칠 생각이네.”

그날따라 조고는 일찌감치 대전에서 물러나 궁중 나인 가운데 미모가 빼어난 계집을 옆에 끼고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럼요. 대인께서는 대왕마마의 오른팔이 아니십니까. 대인 외에 누가 있어 대왕마마를 내 살같이 보호해 드리겠습니까.”

나인이 맞장구를 쳤다. 그녀는 조고가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던 계집이었다. 그녀를 마음에 둔 것은 궁에 들어올 때부터였다. 미모가 너무나 출중하여 그녀를 궁녀로 넣지 않고 자신의 시중을 들게 단도리를 했다. 그녀도 그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궁녀가 된다손 치더라도 언제 진왕의 눈길을 받을지 모를 처지인 반면 내관 조고의 애첩노릇을 하면 매사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자 더욱 가까이 오구려.”

취기가 오른 조고가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말했다.

“아이 참. 대인께옵서는…….”

계집은 한차례 허리를 뒤로 빼는 시늉을 하다 도리어 얼굴을 조고의 볼로 가져가며 말했다. 향긋한 분 냄새가 풍겼다.

“내 사내구실은 제대로 못하지만 외롭게는 하지 않잖아.”

“부끄럽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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