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동일 충남대 교수

육동일 충남대 교수.
2017년 5월 10일, 새 정부가 조기대선을 거쳐 역사적인 출범을 했다. 문재인 선장은 국정을 마비시킨 난파선을 정리하고, 새 배에 희망의 돛을 달면서 힘차게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호는 이제부터 험난한 파고를 넘어 국민과 약속한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이라는 종착지에 반드시 입항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한달여 동안 정권인수와 내각구성 과정에서 역대 정부와 달리 인수위 없이 진행되다보니 인선파동 등의 문제가 불거져서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각이 정식 출범하면 국내‧외적으로 더 큰 풍랑과 시련에 직면할 지 모른다.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집권 초기에 맞이했던 쇠고기 파동과 국정원 댓글사건 같은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어 의기양양 했던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권출범 불과 100일도 안되어 국민들한테 고개숙여 사과해야 만 했다. 그로 인해 국정은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했고, 그 후유증은 임기 내내 지속되었다. 급기야 대통령과 정부의 독선과 무능, 국민과의 소통부재가 종국에는 국민들의 저항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결국 이 임기 초반의 문제들로 말미암아 정권의 실패는 물론 대통령 탄핵과 구속까지 초래한 최대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 절대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작년 미국에서 새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한 세권의 책이 출간되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시한번 꼼꼼히 읽어보니 선진국도 새 정부 출범초기에 이미 숱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그 방법들은 정부들이 새롭게 출범할 때마다 실제 활용되고 있다. 이 세권의 책에서 밝힌 요지를 소개하면 갓 출범한 우리 정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정부는 자주 실패하는가

「왜 정부는 자주 실패하는가 (Why Government Fails So Often)」라는 책에서 정부가 모든 문제에 간섭해서 직접 해결해 가려 할수록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 더 깊은 늪에 빠지게 되는데 국민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마법사 그리고 정부의 힘을 신앙처럼 믿고 그들이야 말로 이번에는 그간에 쌓인 적폐들과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들을 끝장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늘 새로운 문제들만 다시 만들어 낸 채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친 정치가가 영웅으로 추앙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진정한 영웅은 오히려 국민들이고, 우리 개개인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선거과정에서 수많은 공약을 제시했고, 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도 없고, 또 해서도 안된다는 인식이 앞서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를「슈퍼맨」으로 보고 일방적으로 기대하는 것도 금물이다. 머지않아 그 생각과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끝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부의 첫 90일

「정부의 첫 90일 (The First 90 Days in Government)」이라는 책에서는 모든 정부는 출범한 첫 90일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각 부처의 책임자들은 이 기간내에 부처의 목표정립과 일체감 형성, 팀워크와 네트워크의 구축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가급적 국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을 빨리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국민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통한 공감과 지지의 확대, 그리고 꾸준한 자기학습과 자기혁신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 점을 소홀히 한 것이 지난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이유다.

낡아빠진 국가

돈, 시간, 정보가 부족한 결핍의 시대에는 현재의 자원으로부터 더 많은 지능과 능력을 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 「낡아빠진 국가 (The State is out of date)」라는 책의 결론이다. 그 리더는 바로 멀티플레이어로서 스스로가 천재가 아니라 천재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여기에 느낌과 본능만으로 독단적 결정을 내렸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현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참모들과의 결렬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유도해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비교된다. 정부가 독단적인 결정에 빠지거나, 대통령의 생각에 비판없이 동의해 버리는 치명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멀티플레이어 오바마가 정답이다.
 
이제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우리보다 앞서 경험한 외국 정부들의 시행착오와 교훈을 통해,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를 국민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문대통령이 5‧18 기념식,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그리고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민들에게 전달한 국민통합의 메시지는 감동적이다. 대통령이 보여준 겸손과 배려, 경청과 소통의 리더십도 국민들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금부터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이루어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출범 90일 이내에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과 방식을 구축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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