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소수자 차별금지, 헌법적 가치” 종교단체 주장 일축

국민인권위원회가 충남도 인권조례와 관련,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인권조례 폐지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속보도> = 일부 기독교 단체의 반발로 찬·반 논란을 겪어왔던 충남도 인권조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사격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충남도뿐 아니라 아산시 등 시·군별 인권조례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본보 5월 18일자 <'인권조례 지켜라' 충남 시민단체 공식대응>보도 등)

9일 인권위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8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충청남도지사와 충청남도의회 의장에게 “지방자치단체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성별, 종교, 장애, 연령,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헌법과 법률,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이유로 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표명했다.

또 ‘동성애’와 ‘종교의 자유 침해’ 등 반대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인권위는 “'동성애는 정신질환의 일부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반대측 주장은 이미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성적 지향 자체가 정신질환은 아니라고 발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종교적 의사표현을 제한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인권조례가 종교영역에서 이뤄지는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므로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입장표명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성시화운동본부 등은 ‘충남올바른인권실현을 위한 범시민단체’를 구성하고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 “동성애를 옹호한다”며 반대 민원을 제기해왔다. 급기야 5월에 들어서면서는 폐지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돌입했다.

이에 충남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인권교육단체들은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전국 시민단체와 연대한 인권조례 지지선언 등 대응 활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전포고 하기도 했다. 안 지사가 인권위에게 손을 내밀게 된 이유다.

아산시 등 충남도내 시·군 인권조례에도 ‘희소식’

지난 2일 아산시의회의 인권조례 추진에 반대하는

이런 찬·반 갈등양상은 계룡시, 보령시 부여군 등 충남도내 기초단체들에서도 일고 있다. 특히 아산시의 경우 충남도와 흡사한 상황. 

최근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아산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역 기독계교를 중심으로 구성된 ‘아산동성애인권반대위원회’ 회원 50여 명이 지난 2일 아산시의회를 찾아가 조례안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입법예고가 없었다는 문제점과 함께 “조례의 취지가 동성애를 옹호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또 안 의원이 폐지 의사가 없음을 밝히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엔 아산지역 시민단체가 인권조례를 옹호하고 나섰다. 아산시민연대는 8일 성명을 통해 “아무 근거 없이 동성애 조장이라는 억측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들먹이며 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주장은 민주사회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행태”라며 “만약 아산시의회가 특정 세력에 휘둘려 인권기본조례를 후퇴시키려 한다면 그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특정 종교단체 중심의 반대 측과, 이에 맞서는 시민단체들 간의 ‘찬·반 갈등’으로 비화됐던 충남지역의 ‘인권조례’ 논란은, 이번 인권위의 결정으로 조기 해소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가기관의 결정인데다 문재인정부가 인권위의 활동을 적극지지하고 있어 사실상 찬성 측으로 분위기가 기울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인권위의 결정에 동감한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환영하면서, “인권조례는 소외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 측에서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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